정화삼에 해당하는 글 2

조선찌라시 뭘 보고 썼냐

시사이야기|2008. 11. 29. 05:41

없는 사실조차 '의혹'이 되는 세상


1.

"노건평 씨가 자살을 시도했다는데 사실인가요?"

한밤중에 걸려온 휴대폰을 타고 모 언론사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갑자기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언론사마다 비상이 걸렸답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도 퇴근하다 이 얘길 듣고 사무실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해주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노건평 씨가 밤늦게 몇몇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떤 건지 이번 일을 당해보니 알겠다. 언론 니들의 엉터리 보도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한둘이냐, 똑바로 보도해라"고 일침을 놓은 얘기가 거꾸로 본인의 '자살시도'로 와전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은 수십 통의 똑같은 전화를 받느라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최근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얘기를 흘리고 언론은 이를 받아서 온갖 의혹을 갖다 붙이며 사건을 확대 과장시키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에서는 '기자 반 주민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하루 종일 '죽치고' 있습니다. 노건평 씨는 집에 있어봐야 기자들 등쌀에 '가택연금 상태'로 될 게 뻔하니 아예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이제나저제나 하며 밤을 새우며 기다리고, 그 기자들 때문에 당사자는 집에 올 엄두도 못 내고…

2008년 11월 27일, 대한민국의 한 조그만 시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입니다.

언론의 과열 취재경쟁, 이를 부추기는 검찰의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흘리기를 통한 '언론플레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기록물 유출관련 수사 과정에서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바보놀음을 계속할 것인지, 최소한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기자들 스스로도 "문제가 많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봉하마을의 하늘은 금세라도 비가 올 것처럼 잔뜩 찌푸려져 있더니 오후 들어서는 제법 굵은 빗줄기로 변했습니다.


2.

"정화삼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단짝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수기에 '어머니가 자식처럼 아끼던 친구'라고 정씨를 소개할 정도였다 …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을 때도 가장 먼저 정씨를 찾아가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11월 22일 자 8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입니다.

"요즘 보니 내 측근들이 참 많더라."

지난 11월 26일 충남 지역을 찾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인들과 만찬을 한 후 환담 자리에서 최근 언론의 무분별한 '측근' 운운하는 보도의 문제점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9028)

노 전 대통령 친지들에게 물어보면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의 어머니는 정화삼 씨를 생전에 몰랐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노 전 대통령이 쓴 책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대목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기사에 나오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수기'란 뭘 말하는지요? 이젠 조선일보가 답변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정화삼 씨를 찾아갔다는 얘기도 도저히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탄핵 소추기간 내내 노 전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습니다. 어디를 찾아갔다는 것인지? 찾아가기는커녕 탄핵 당시에는 정화삼 씨와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다고 합니다. 기자들의 취재력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없는 사실조차 만들어내는 일부 언론의 탁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이후 많은 언론들이 그 기사를 인용하여 정화삼 씨를 세상에 둘도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는 사설에까지 이를 인용해 질타했습니다.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은 언론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 아닌가요? 얼마 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 언론이 '객관적 사실보도'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적이 있습니다.

(http://member.knowhow.or.kr/bestview/view.php?start=20&data_id=128412&mode=&search_target=&search_word=)

그리고 뒤돌아서서 '사실보도'는 언론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기본인데, 그런 미국 언론에 감동 받는 제 모습에 씁쓸해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고 아득하기만 합니다.

 

ⓒ 김경수 비서관
(http://member.knowhow.or.kr/bbs_rohbest/view.php?page=1&path=IyMjIyMj&data_id=3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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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찌라시 뭘 보고 썼냐

시사이야기|2008. 11. 29. 05:41

없는 사실조차 '의혹'이 되는 세상


1.

"노건평 씨가 자살을 시도했다는데 사실인가요?"

한밤중에 걸려온 휴대폰을 타고 모 언론사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갑자기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언론사마다 비상이 걸렸답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도 퇴근하다 이 얘길 듣고 사무실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해주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노건평 씨가 밤늦게 몇몇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떤 건지 이번 일을 당해보니 알겠다. 언론 니들의 엉터리 보도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한둘이냐, 똑바로 보도해라"고 일침을 놓은 얘기가 거꾸로 본인의 '자살시도'로 와전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은 수십 통의 똑같은 전화를 받느라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최근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얘기를 흘리고 언론은 이를 받아서 온갖 의혹을 갖다 붙이며 사건을 확대 과장시키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에서는 '기자 반 주민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하루 종일 '죽치고' 있습니다. 노건평 씨는 집에 있어봐야 기자들 등쌀에 '가택연금 상태'로 될 게 뻔하니 아예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이제나저제나 하며 밤을 새우며 기다리고, 그 기자들 때문에 당사자는 집에 올 엄두도 못 내고…

2008년 11월 27일, 대한민국의 한 조그만 시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입니다.

언론의 과열 취재경쟁, 이를 부추기는 검찰의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흘리기를 통한 '언론플레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기록물 유출관련 수사 과정에서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바보놀음을 계속할 것인지, 최소한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기자들 스스로도 "문제가 많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봉하마을의 하늘은 금세라도 비가 올 것처럼 잔뜩 찌푸려져 있더니 오후 들어서는 제법 굵은 빗줄기로 변했습니다.


2.

"정화삼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단짝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수기에 '어머니가 자식처럼 아끼던 친구'라고 정씨를 소개할 정도였다 …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을 때도 가장 먼저 정씨를 찾아가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11월 22일 자 8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입니다.

"요즘 보니 내 측근들이 참 많더라."

지난 11월 26일 충남 지역을 찾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인들과 만찬을 한 후 환담 자리에서 최근 언론의 무분별한 '측근' 운운하는 보도의 문제점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9028)

노 전 대통령 친지들에게 물어보면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의 어머니는 정화삼 씨를 생전에 몰랐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노 전 대통령이 쓴 책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대목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기사에 나오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수기'란 뭘 말하는지요? 이젠 조선일보가 답변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정화삼 씨를 찾아갔다는 얘기도 도저히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탄핵 소추기간 내내 노 전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습니다. 어디를 찾아갔다는 것인지? 찾아가기는커녕 탄핵 당시에는 정화삼 씨와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다고 합니다. 기자들의 취재력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없는 사실조차 만들어내는 일부 언론의 탁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이후 많은 언론들이 그 기사를 인용하여 정화삼 씨를 세상에 둘도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는 사설에까지 이를 인용해 질타했습니다.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은 언론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 아닌가요? 얼마 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 언론이 '객관적 사실보도'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적이 있습니다.

(http://member.knowhow.or.kr/bestview/view.php?start=20&data_id=128412&mode=&search_target=&search_word=)

그리고 뒤돌아서서 '사실보도'는 언론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기본인데, 그런 미국 언론에 감동 받는 제 모습에 씁쓸해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고 아득하기만 합니다.

 

ⓒ 김경수 비서관
(http://member.knowhow.or.kr/bbs_rohbest/view.php?page=1&path=IyMjIyMj&data_id=3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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