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악법 스토킹, 이제는 벗어나고 싶습니다
(민주노동당 / 이정희 / 2009-07-19)
7월 19일 일요일 아침 10시, 국회 본회의장 건너편 예결위 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몰려들어왔습니다. 본회의장 로비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 저도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왔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다들 어쩌면 이렇게들 빨리 왔을까 싶을 정도로, 본회의장이 순식간에 꽉 찼습니다.
“스토커”라면 지나친 표현인가요. 평생 처음으로, 그것도 국회의원이 되어서, 스토킹당하는 느낌입니다. 만들고 싶은 법은 의논도 할 수 없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는 미디어법이니 비정규직법만 논의 주제가 됩니다. 끈적끈적 찐득찐득, 아무리 떼내려고 해도 떼내지지 않는 그 집요함에 외상성 스트레스장애가 올 지경입니다.
그 법안 막는 것이 최선일 뿐, 민주주의와 배려를 늘리도록 국회의 방향을 돌리자는 제안에는 반응도 오지 않습니다.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한나라당은 줄곧 말하는데, 정말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내 발목을 당신들이 잡고 있다고요!” 통상절차법이며 가족관계등록법, 반값 등록금 법안에 대형마트 규제법까지, 꼭 필요한 법안들을 밤새가며 만들어 제출한 제 꿈은, 18대 국회 개원 후 1년 2개월 동안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9월부터 벌써 열 달 가까이 한사코 밀어붙이는 한나라당, 정말 대단합니다. 정기국회에서 안 되니 2월 임시국회, 그래도 안 되니 4월, 6월 임시국회까지 끌고 옵니다. 이제는 포기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한나라당이 하고 싶어도, 제 아무리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 170석 의석이라도,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국민 여론이 한나라당 편이 아닌데, 방송 종사자들이 반대하는데, 될 리가 있나요.
정말 이제는 끝내버리고 싶습니다. 미디어법 등 이른바 MB악법, 다시는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막고 나면, 9월 정기국회에서 또 미디어법 가지고 싸워야 합니까? 더 이상 스토킹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6월 국회 직권상정을 포기시키는데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영영 포기하도록 만듭시다. 지금 포기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삶만 더 불행해질 뿐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국회 본회의장 동시 점거가 본격 재개된 지 한 시간 반 가량 지났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이 상황, 이 지긋지긋한 막장 코미디, 이제는 끝냅시다. 진짜 진짜, 앞으로는, 정부가 국회 열기 싫을 만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