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12월 17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정계 및 시민사회 원로 간담회에서 검찰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았으면 즉시 집행하라”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한 전 총리의 간담회 모두발언 전문.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백합니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제가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어젯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내용을,
보도를 통해 접했습니다.
영장을 발부받았으면 즉시 집행하십시오.
저는 출석을 해도 검찰의 조작 수사엔
일체 응하지 않겠습니다.
공개된 재판에서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간담회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부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한승헌 전 감사원장,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이해동 목사,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등 원로 20여 명이 참석해 한 전 총리를 격려하고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노무현재단
끝으로...........
이 추울 겨울 공화국에 봄과 같은 당신의 음성과 모습을 보며.....
먼저 2009년 12월 15일 한명숙총리지키기 명동집회 유시민 사자후 동영상을 보세요...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기 뒤에서 지금 남대문경찰서 경찰관들이 직무수해중인 것 같은데요, 경찰 여러분 여러분, 날 추운데 수고 많으십니다. 밤새지 않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격려의 박수 한번 보내 주십시오).
제가 여러분께 오늘 몇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예, 아니오로 함께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한명숙 총리의 한명숙의 진실을 믿습니까? 에~ 그래도 뭐 받았겠지 이런 의심이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습니까? 혹시 그와같은 의심이 뭉게뭉게 마음속에 일어나는 분이라면 안심하십시오.
한명숙의 진실을 믿으셔도 됩니다. 여러분!
앞 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말이 의미가 없는 시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주행을 말로 막을 수 있습니까? 정치검찰을 우리가 지금 바로잡을 수 있습니까? 말로 조선일보를 어떻게 해버릴 수 있습니까? 말로는 할 수 없습니다. 말로는......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묻습니다.
이 명박 정권을,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기 위해서는 2012년에 국민의 표를 모아서 선거로 심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데 그렇습니까? 정권을 민주세력이 되찾아 와야 비로소 검찰을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그렇습니까? (예~ 남대문 경찰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예의를 지키세요. 이 정권 들어서는 모두가 다 예의가 없습니다.)
여러분께 묻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 한나라당이 우리를 두려워할 것 같습니까?
그 들이 왜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런 정치공작 수사를 합니까? 그것은 우리가 갈갈이 찢어져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이명박 정권이 한명숙 전 총리를 공격하는 이유! 그것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 아니겠습니까?
여기 존경하는 정세균 대표님을 비롯해서 민주당의 동지들이 나와 계십니다. 여러분 제가 민주당 동지들께 묻습니다. 보궐선거 이기고 기분이 좋으신데 그것으로 행복하십니까? 혼자서~ 혼자서 이 한나라당 정권을 이길 수 있습니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동지들께 묻습니다. 계속해서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 정권이 횡포를 부리는 이 상황에서 나의 선명성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만으로 행복하십니까?
저는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저는 지금 국민참여당에 속해 있지만 국민참여당의 당원을 포함해서 모든 분들께 묻습니다.
우리는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서로 조금씩 다른 그대로 친구가 될 수는 없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각자 조금씩 부족합니다.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될 수는 없겠습니까?
우리 모두 서로 다른 그대로 친구가 되고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될 때 시민여러분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시겠습니까?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한가지!
우리가 다른 그대로 친구가 되고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는 것 오직 그것 하나만을 두려워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렇습니까?
이 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민주개혁세력이 서로 다른 대로 친구가 되고 부족한 대로 동지가 되어서 한나라당의 모든 후보들과 맞대결을 해서 이겨버리는 지방선거를 두려워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명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수구언론과 정치검찰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진보개혁세력의 총단결! 그것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말로는 안 통하는 정권이기 때문에 표로 심판해야 됩니다. 선거로 심판해야 됩니다.
2010년 6월에 한나라당의 지방권력을 선거로 쓰러뜨립시다. 여러분!
2012년 4월에 한나라당의 의회권력을 선거로 쓰러뜨립시다. 여러분!
2012년 12월에 선거로 국민의 표로 이 이명박 정권을 쓰러뜨립시다. 여러분!
그 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한명숙의 진실을 지켜내고 부족한대로 서로다른 대로 동지가 되고 친구가 되어 모든 국민들이 따라줄 수 있는 행동계획, 지방선거 승리의 비결, 이것을 모두 만들어내야 합니다. 2010년에 지방권력이 쓰러지고 2012년에 의회권력과 이명박 정권이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검찰은 비로소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이 되어서 벌이는 이 정치공작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
말 이 필요 없습니다. 행동으로 합시다. 책임 있는 정당 책임 있는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말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따르고 참여할 수 있는 행동프로그램을 내 놓아야 하고 한명숙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하루빨리 그와같은 단결과 승리의 행동 계획을 내놓으실 것을 여러분 모두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렇게 해서 한명숙을 지키고 정치검찰의 공작수사를 이겨내고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의 지방권력과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우리들 각자 거기에서 뭐가 되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무엇을 얻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민주주의의 대의, 서민정치의 큰 뜻을 모두 함께 나누면서 오늘 이 집회를 계기로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진보 개혁세력이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어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시대가 올 것을 호소드리고 함께 만들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명숙 전 총리 “국민과 함께 진실의 승리를 보여드리겠다”
한명숙 전 총리 “국민과 함께 진실의 승리를 보여드리겠다” 7일‘정치공작분쇄비대위’참석... <조선일보> 상대 법적대응 돌입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저는 두려운 게 없습니다. 당당하게 진실과 정의의 승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12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분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 최근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한 심경을 직접 밝혔습니다.
한 전 총리는 “단 돈 일원도 받은 일이 없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진실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진실을 말씀드린다”며 직접 입장을 발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해찬 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검찰과 일부 언론의 정치공작 시도와 피의사실 공표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터무니없는 수모를 겪은 끝에 자신의 몸을 던져야 할 상황을 맞이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셨다”면서 “그걸로 불행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터무니 없는 일로 한명숙 전 총리를 공격하는 더러운 공작이 시작되었다”고 성토했습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정정과 반론보도를 수용하지 않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오늘 변호인단을 통해서 민사상, 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겠다”며 “근거 없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언론보도 행태는 법적 절차로 엄정하게 따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총리재임 시절 검경수사권 독립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검찰이 ‘앞으로 수사권 남용을 하지 않을 테니까 수사권 독립만큼은 막아달라’고 간청했던 적이 있다”고 회고한 뒤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뻔뻔스러운 일이었는지를 느낀다”며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검찰의 불법행위를 응징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대한민국에는 법 위에 군림하는 집단이 있다”면서 “언론을 통해 허위 피의사실을 흘려보내는 검찰의 불법행위를 제어하고 응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과 일부 언론의 근거없는 의혹제기와 불순한 정치공작 시도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 시민주권모임, 국민참여당 등 야권과 여성계, 시민사회 인사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구입니다.
다음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 전문입니다.
양정철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 오늘 비대위 회의는 내부전략 회의이다. 한명숙 총리님 모두말씀 하시고, 이해찬 총리님 인사말씀과 유시민 장관 등께서 인사말씀 하시면 여기 계시는 기자분들은 내부회의를 위해 자리를 비껴주시면 고맙겠다. 한 총리님은 모두말씀 하신 뒤에 질문은 따로 받지 않겠다.
이해찬 전 총리 : 월요일 아침에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고맙다. 지난 주말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는 아마 우리 역사에서 특별한 해인 것 같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께서 터무니없는 수모를 겪은 끝에 자신의 몸을 던져야 할 상황을 맞이했고, 8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참으로 많이, 깊이 생각했다. 이 나라 역사가, 민주화가 어느 정도 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멀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들 심정이 두 분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 때문에 살아가는 태도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우리 정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걸로 불행 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한명숙 총리를 터무니없는 일로 공작하는, 더러운 공작이 시작됐다. 우리가 다시는 이런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려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 마침 한 총리께서 당신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명백하게 말씀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한 총리님 말씀 듣고, 우리 심정을 얘기하고 대책위를 어떻게 구성할지 얘기하겠다.
이해찬 전 총리 : 한 총리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언론과 검찰이 아주 더러운 공작을 시작했다. 우리도 마음을 가다듬고 분연하게 대응을 잘 해나가야 될 것 같다. 장향숙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님 오랜만에 뵙게 되는 것 같다. 심정을 말씀해달라.
장향숙 위원장 : 한명숙 총리를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해왔다. 오랜 세월동안 여성계 선배로서, 인생의 선배님으로 굉장히 존경하고 사랑해왔다. 그런데 너무나 말도 안되는 보도를 보고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한 총리님의 얼굴과 명예는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말하고 싶다. 검찰과 여기 있는 언론인 여러분 모두가 한 총리의 명예와 양심에 대해 존중하고 지켜줬으면 하길 바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나왔다. 함께 하기 위하여, 남의 일이 아니라고, 제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왔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 : (의원된 지) 한 달밖에 안 되는 초짜인데, 의원총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저만 혼자 왔다. 금요일에 기사 나온 다음 토요일에 어떤 조치도 못했는데, 일요일에 민주당 43명의 의원이 모였다. 최고위원회의, 의총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다. 이 기회에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한 총리 님을 사랑하고 신뢰하고 믿고 기대하는 세력들이 함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장하진 미래발전연구원 원장(전 여성부 장관) : 노무현 대통령께서 공작정치 탄압에 의해 서거하신 지 이제 겨우 6개월 지났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엄청난 일로 정치탄압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상주이신 한 총리님에게 칼날을 겨누는 것은 한 총리에 대한 탄압만이 아니고, 민주정치세력 전체에 대한 탄압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다. 한 총리님의 결백을 진정으로 믿어 달라. 제가 한 총리님을 오래 모셨지만, 한 푼도 받지 않은 게 진실이라는 걸 여기 있는 기자들부터 신뢰해 달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 한명숙 이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분들이 안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진실만큼 힘이 센 것은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 한 이사장님을 진실의 승리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나가고, 동시에 국회 야당에서는 검사들의 불법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진지하게 찾아야 할 때다. 대한민국에는 법 위에 군림하는 집단이 하나 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자신의 불법행위를 자제하는 일이 없고, 불법이 드러나도 기소하는 일이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허위사실을, 피의사실을 남몰래 흘려보내 언론을 통해 공작을 하는데, 이런 형법상 범죄는, 검찰의 불법허위 피의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다는 결의를 새롭게 하게 된다. 한 이사장님을 중심으로, 함께 뜻을 하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진실의 승리를 이루어내고, 검찰의 불법행위를 제어하고 응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이해찬 전 총리 :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안은 한 총리님 개인의 사안이 아니고 우리 민주진영 전체의 명예가 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재야시절부터 검찰의 수사를 많이 받았다. 공작정치도 많이 받아봤는데 이렇게 더럽게 하는 것은 겪지 못했다. 그때는 총칼을 들더라도 떳떳하게 했는데 지금은 숨어서 교활한 방식으로 더럽게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제가 총리 시절 ‘검경 수사권 독립’ 얘기가 나왔다. 공비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얘기가 나왔다. 그때 검찰이 앞으로 수사권 남용을 하지 않을 테니까 수사권 독립만큼은 막아달라고 간청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뻔뻔스러운 일인지를 느낀다. 언론도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검증 없이 보도해서, 명예를 훼손시키고, 그래도 이 나라의 언론이라고 자부한다는 것이 불행하기 짝이 없다.
오늘까지 조선일보가 정정이나 반론보도를 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 취하겠다고 얘기했다. 오늘 변호인단 통해서 민사상, 형사상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도록 하겠다. 근거 없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언론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로 엄정하게 따져나갈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비상대책회의를 통해서 반드시 더러운 공작정치를 분쇄하는 싸움을 하겠다. 재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결의를 갖는다. 한번 해보겠다.
2009년 12월 7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 분쇄 비대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하늘을 다 가려도 진실은 감출 수 없나 봅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한명숙을 지켜주겠노라 응원의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어제 하루만 2천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다녀가고 200 명이 넘는 분들이 회원 가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광화문에서, 우리는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며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외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오늘의 분통함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입니다. 이틀 후면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200일 째입니다. 후회는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더 이상 흉악한 권력과 검은 언론의 합작으로 우리의 지도자를 잃을 수 없습니다.
한명숙을 지키는 일은 우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한명숙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는 일입니다.
한명숙을 지키는 일은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한명숙을 지키는 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청렴의 아이콘' 한명숙 전 총리가 뒷구멍으로 냄새 나는 돈을 받았다고 난리다. 2007년 4월 무렵 자신이 재직하는 총리 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무려 '5만달러'씩이나 직접 받았다는 거다.
검찰이 정체불명의 빨대를 통해 슬슬 흘리고 조중동이 그를 받아 거의 매일 라이브로 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명숙 수뢰설'의 골자가 이러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이 확보한 것은 "곽 씨가 그렇게 말했더라"는 일방적인 진술밖에 없다. 그런데도 "진술이 탄탄하다"며 한 전 총리더러 소환조사 받으라고 닦달이다.
도대체 곽 씨의 진술이 얼마나 탄탄하기에 이명박 검찰이 저렇듯 큰소리를 펑펑 치고 있는 걸까. 이쯤에서 검찰 측 진술을 하나하나 들춰보기로 하자.
(1)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받았다"?
'5만 달러'라고 하니까 엄청 많아 보이지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당시 시세로 4,500만 원 정도 된다.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온 한 전 총리의 인생을 걸기에는 턱없이 적은 액수다. 게다가 한 전 총리의 연봉만 1억 5천에다 감사받지 않고 쓸 수 있는 판공비가 11억이 넘는다.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쉽고 부족해서 4,500만 원에 양심을 팔까?
(2) 한 전 총리에게 "총리 공관에서 직접" 돈을 건네 줬다?
알다시피 총리 공관은 개인 사가가 아니다. 경호요원만 10명이 넘고, 호텔에서 나와서 서브하는 직원이 대여섯 명 왔다 갔다 하는 열린 공간이다.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온 덤앤더머가 아니고서야 누가 그런 공간에서 돈을 건넬 생각을 할까. 게다가 주머니도 없는 여성 총리가 그 많은 돈을 처치한다는 것부터가 애당초 무리다. '해리포터' 같은 마법 판타지소설이라면 몰라도.
(3)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줬다?
그러나 직전에 총리를 지냈던 이해찬 전 총리의 설명에 의하면, 총리는 인사 멤버가 아니고 또한 관여할 수도 없게 돼 있단다. 지난 10일 블로거 간담회에서 그가 밝힌 내용이다.
"(산하 기관장을) 공모하면 장관이 2-3배수 추천을 합니다. 그게 총리실을 경유하는 게 아니고 청와대 인사수석실로 갑니다. 인사수석실에서 인사추천 위원회를 운영합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이고, 인사수석 민정수석 등 관계된 수석이 위원이고, 그 자료를 가지고 토론을 합니다. 민정수석실에서는 재산이나 인신 상의 하자를 검증하고, 정책실에서는 기관장으로서 운영능력에 대해 의견을 내고, 최종적으로 1순위 2순위 낙점을 해서 보고를 합니다… 총리는 관여할 수 없어요. (인사)멤버가 아닙니다."
부연하자면, 인사수석실에서 올린 추천안과 민정수석실에서 올린 검증안은 인사추천회의 당일에야 공개되기 때문에 어느 힘 있는 실세 한 사람이 인사를 좌우할 수 없다고 한다.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 심의, 의결을 거치기 때문에 고위직후보자 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전 총리에게 4,500만 원 쥐여주고 사장됐다는 곽 씨 주장과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4)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곽 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한 전 총리에게 총리 공관에서 직접 돈을 건넸다는 곽 씨 진술의 신빙성과 일관성도 문제다. '이명박 방송' 소리를 듣고 있는 KBS가 2009년 12월 10일 자 <9시 뉴스> 시간에 보도한 것을 잠시 들어 보시라.
"곽 전 사장은 검찰에서 편지봉투에 5만 달러가 다 들어가지 않아 2만 달러와 3만 달러를 담은 봉투 2개를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문제는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 곽 전 사장은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준 돈의 액수를 2만 달러에서 20만 달러까지 오락가락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오늘 오전 총리실에 협조 공문을 보내, 당시 총리 공관에 방문 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CTV'나 방문 일지 등 곽 전 사장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장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중차대한 일로 총리 공관까지 찾아가 직접 돈을 건네 줬다는 사람이 불과 2년 전 액수조차 기억 못 하고 2만 달러에서 20만 달러까지 롤러코스터 타듯이 오락가락했다는 게 믿어지시는가? 설상가상으로 "곽 전 사장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운.
사정이 이런데도 신빙성 없는 곽 씨의 일방적 진술만 믿고 한 전 총리를 기소하겠다고 설쳐대는 검찰, 과연 제정신인가?
(5) 증언이 있으니 소환 조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 초기에 터진 '언니 게이트' 때,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씨는 왜 조사하지 않았을까? 김 씨가 김윤옥 씨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니면서 수십억 공천장사와 취업 사기를 치고 다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설마하니 새 정부에서 한자리하겠다는 나름 똑똑한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70대 할머니만 보고 수십억을 쉽게 내주었을까.
게다가 김 씨는 대통령의 사저에서 40년간 일하다 청와대로 들어간 가정부 장씨, 세칭 '가회동 아주머니'와 막역한 사이였고, 장 씨가 청와대로 들어간 뒤에도 10여 차례나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굳이 김윤옥 씨와 직통할 필요조차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옥희 씨가 김윤옥 여사와 평소 왕래가 없었고, 공천 문제에 관해서 어떤 접촉도 없었다"는 청와대 말 뒤에 숨어 이 사건을 단순 개인 사기사건으로 축소, 수사를 종결했다. 김옥희 사건이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아니라 야당에 연루된 사건이었어도 그렇게 끝냈을까?
각설하고, 논리와 이치만 따지면 사실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들이댈 건덕지가 전혀 없다. 아니, 논리와 이치 이전에 제정신만 똑바로 박혀 있어도 그런 짓은 차마 못 한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런가. 나쁜 짓을 한 인간들이 더 득세하고 큰소리치고, 착하게 살려고 하면 더 피해보고 피 보는 게 이 땅의 비루한 모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한 전 총리에게 똑같은 정치공작이 자행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글을 맺기 전에 정치검찰과 어용언론에 시달리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간곡히 한 말씀 올린다.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허무하게 당하지 말고 기필코 싸워서 이기십시오. 마음과 힘과 정성을 다해 응원합니다. 파이팅~!"
한 전 총리 “모든 인생 걸고 공작정치, 불법행위와 싸울 것” 이 전 총리 “검찰, 정신 못 차리면 가마니라도 깔고 싸울 것”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이명박 정권 ? 검찰 ? 수구언론의 정치공작분쇄 및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약칭 공대위)>는 12월 11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과 <조선일보>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와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민-형사 소송 및 고발을 하기로 하고 곧바로 소장을 접수시켰습니다.
먼저 검찰에 대한 형사고발은 이해찬 전 총리,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대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국민참여당 이병완 창준위원장 등, 공동위원장 10인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성명 불상자 1인 내지 수인이 직무상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하여 형법 126조가 규정한 피의사실공표죄를 지었다며 “이러한 악의적 공표 행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법치주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는 사회적 정치적 존립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엄중한 수사 및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공대위의 검찰고발과 별개로, 한 전 총리도 자신 명의의 검찰상대 민사소송과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이귀남 법무부장관(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조선일보> 방상훈 씨 등 관련자 3명을 상대로 피의사실공표 및 허위사실의 보도(불법행위)에 대해 10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소장에서 피고들이 “(한 전 총리가)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얼마를 무슨 이유로 어떻게 받았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나 적시도 못하면서 막연히 마치 검찰에서 확인한 것처럼 보도하여 (한 전 총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10억 원의 연대배상 책임을 질 것을 청구했습니다. 또 <조선일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단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명숙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저는 진실을 밝히는 데 한 점 주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다만 불법적인 수사방식과 절차로는 진실이 밝혀질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검찰이)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모든 증거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진실이 아닌 일에 대해서는 한 점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모든 인생을 걸고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와 공작정치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도 밝혔습니다.
이해찬 공동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노기 띤 목소리로 “검찰이 제 정신 못 차린다면 제가 청사 앞에 가서 가마니 깔고 드러누울 것이며, 이 나라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그만한 절개로 싸우지 않는다면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징역 두 번 산 사람, 또 한번 처벌해 보라. 못 싸울 게 뭐가 있는가. 아주 비상한 각오로 싸우겠다”고도 했습니다.
민주당, 민노당, 국민참여당 측 공동위원장도 검찰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워 나갈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한편, 공대위는 오는 15일 오후 5시 명동입구에서 대규모 ‘범민주세력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 기자회견 전문
양정철 대변인(노무현재단 사무처장) : 순서를 설명하겠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님이 먼저 인사말씀 하시고 ‘한명숙 전 총리 공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계신 분들이 오셨는데, 이해찬 권영길 위원장 등이 말씀을 하실 예정입니다. 말씀이 끝나면 한 총리님은 공대위 성원이 아니라서 회의에서 빠질 것입니다. 기자들을 위해 최근 문제에 대한 소회를 말씀하시고, 인사하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한 총리님 나가시고 회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기자 여러분들께서는 회의를 간단히 스케치 하시고 두 가지를 궁금해 할 듯한데, 검찰 출석요청 등에 대해서는 공동위원장을 맡고 계신 이해찬 총리님이 주로 답변을 하실 것입니다. 또 회의를 통해 검찰 피의사실 공표위반에 대해 고발하고, 조선일보 소송을 확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 사항은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하고 계신 전해철 전 민정수석에게 질문하면 될 것입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이른 아침에 이렇게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지난번 발족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의를 정식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시작하기 앞서 오늘 한 총리께서 그동안 검찰의 부당한 행위에 관해 의견을 말씀하시러 참석하셨습니다. 먼저 한 총리님 말씀을 듣고 관련한 분들의 의견들을 좀 들으신 후에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공대위원장 : 지금 한 총리께서 검찰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인생을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비장한 입장을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공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단체 대표와 의원님들이 참석하셨습니다. 권영길 의원님 처음 참석하셨는데, 관련해서 말씀을 해주시죠.
권영길 의원 :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입니다. 저는 한명숙 전 총리를 신뢰합니다. 검찰의 말 한마디에 한 총리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 없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검찰입니다. 거짓을 진실로 만든 오욕의 역사를 안고 있는 검찰입니다. 그 검찰이 청산해야 할 역사를 천상하기는커녕 그 역사 위에 다시 서고 있습니다. 저는 검찰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한명숙 지키기’는 개인 한명숙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입니다. 정의를 만들기 위한 싸움입니다.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 독재권력에 맞서서 목숨 던지며 싸웠던 사람들과 독재비호 세력과의 싸움입니다. 불의에 대한 정의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왜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미디어악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지 눈앞에서 보고 있습니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아니라 권력과 언론의 일체, 권언일체가 민주주의를 죽이게 된다는 것을, 그 끔찍한 현실을 우리는 눈앞에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하고,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그것이 희망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또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정의구현을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내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또 그동안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에 평생 헌신해오신 이창복 <시민행동> 대표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말씀해주시죠.
이창복 시민행동 대표 :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가 상당히 우울한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기자회견을 해야 할지 답답한 심정입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땅에 신망 받고 있는 정치인, 그것도 전 총리로서 여성계 훌륭한 지도자를 이렇게 무참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서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한 총리를 옆에서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한 여성정치인이 이렇게 올곧게 그리고 활달하게 많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헌신한 그런 정치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많은 사람의 생각일 텐데, 많은 국민들로부터 신망 받고 있는 정치인을 검찰이 구태의연한 작태로 무참히 짓밟으려 하는 것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총리 자신도 그러하겠지만 이 땅의 진보적인, 개혁적인 세력을 대표해서 열심히 방어해내고 또 우리 정치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승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정치인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히는 현상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면서 다시한번 한명숙 전 총리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여러분한테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공동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의 송영길 최고위원이 또 참석하셨습니다. 말씀을 해주시죠.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 저희는 지난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BBK를, 무슨 강연에 가서 자신의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동영상을 우리 모두가 목격했습니다. 본인이 사실상 선행 자백한 이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덕담 수준으로 한 것으로, 시인한 게 아니었다고 사실상 무혐의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선의로 해석해서, 본인이 자기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진술해준 것도 무마해준 검찰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총리를 지내신 한명숙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해서 무슨 진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걸 공개적으로 흘려서 망신을 주는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 지금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구속돼 있습니다.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자라고 사실상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행정고시를 합격해서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의 진술입니다. 이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수사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기업인의 진술이라는 것은, 여러분 아시다시피 매우 취약합니다. 기업인들은 여러 가지 약점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얼마든 권력을 가지고 중간에 진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봐준다고 그러고, 재산이 여러 가지로 많고 다른 세금을 추징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상태로 유도된 진술 어떤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엊그제 서울구치소 갔는데 박연차씨는 석방이 됐습니다. 박연차씨의 진술에 기초해서 마녀사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돌아가셨습니다. 노건평씨 지금 구속돼 있습니다.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구속돼 있습니다. 박정규 전 민정수석 구속돼 있습니다. 모두가 구속돼 있는데 박연차씨만 4번의 형집행정지의 특혜를 주고, 병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이게 검찰이 서로 야합한 것 아닙니까. 그 사람의 불확실한 진술 하나를 근거로 수많은 사람을 마녀사냥을 하는, 이런 정치검찰의 행태는 이제 끝을 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상임고문에 대한 이런 부당한 행위를, 권영길 의원께서 말씀하셨듯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검찰권력으로부터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싸워나가겠습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셨고, 지금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계신 이병완 대표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다.
이병완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 : 이번 한 총리님의 싸움은, 단순한 한 총리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명백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이번에 제대로 세우느냐 못 세우느냐가 한 총리님 의 결단에 달려 있고,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의 골간은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법치의 주체인 검찰이 불법과 횡포를 부리고, 더구나 검찰이 정치전면에 나서는 이런 행태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분명히 역사에 묻어야 되는, 퇴장시켜야 한다는 각오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으로부터, 검찰의 불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기강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참여당은 이런 뜻에서 이 건을 계기로 해서 분명하게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새롭게 세우는 일에 함께 나설 것을 다시한번 결의하는 바입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한 총리님과 당시 정부에서 국무위원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신 유시민 전 장관께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 : 지금 국민여러분이 보고 계신 것은 검찰조직이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 불법공작하고 있는 현상을 나날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조직이, 국가조직인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누구도 이것을 제어하고 바로잡을 수 없는 사회, 그런 단계에 와 있다는 걸 함께 목격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해봤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설명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명박 대통령, 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난 정부의 책임자들과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세력을 말살하기 위해서 먼저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해서 죽음에 몰아넣었고,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한명숙 전 총리, 노무현재단 이사장님을 똑같은 올가미로 옭아매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명박 정권의 무도한 정치보복 행위와 4대강, 미디어법, 세종시 백지화 등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국민들의 반대 비판의식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서 국가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투표결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견돼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서 가장 유력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에는 좌우가 없습니다. 진실 앞에서는 진보,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진실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보수의 진실이 있고 진보의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국민 여러분께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정의를 이루는데 힘을 보태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평소 여러 생각의 차이를 뛰어넘어서 한명숙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정치적인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서 모두 손잡고 싸워나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 이뤘고, 또 대한민국이 더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로 발전해나가길 원하는 모든 국민들께서 저희들의 이 싸움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저는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21세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에밀 졸라라는 작가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통해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서 준엄하게 고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여러 말씀처럼 한국 민주주의의 큰 위기를 알리는 상징적인 조작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 수사를 많이 받아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 무죄로 끝났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35년이 걸렸습니다. 결국 사건은 명백하게 조작된 사건입니다. 저는 총리를 하면서 저 사람들이 얘기하는 정황이 얼마나 얼토당토하지 않다는 게 짐작이 됩니다.
세상에 총리 공관에 가서 돈 줄라고 한다는 사람이 어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여성총리한테 주면, 주머니도 없는 분한테 주면 그걸 어떻게 들고 다닐 것입니까. 거기는 경호요원만 10명이 넘고 호텔에서 나와서 서브하는 직원이 대여섯 명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입니다. 개인 사가가 아닙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참 억지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우리는 출두에 응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왜 응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당당하면 밝히라고 할 것 아닙니까?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을 옭아 넣는 그 기술자들한테 우리가 이제는 순순하게 당하지 않습니다. 설령 국민들이 조금 의아스럽더라도, 당당한 절차를 통해서 우리가 싸우려고 합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있습니다. 정당하게 당당하게 정말 단서가 있다고 한다면, 영장을 가지고 오십시오. 법원의 영장을 청구하여 가지고 온다면 법집행을 하십시오. 그렇지 않고 부당한 짓을 하면서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그 뻔뻔스러움을 우리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번 노 대통령 서거하셨을 때 (검찰이) 얼마나 반성한다고 그랬습니까? 피의사실을 귀신이 흘렸다고 했습니다. 귀신이 흘렸으면 귀신이라도 처벌하십시오. 검찰이 흘리지 않는 피의사실이 어떻게 매일 언론에 보도될 수 있습니까? 이런 수구언론과 검찰이 짜고 하는 합동 기획수사에 왜 우리가 응하겠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상당히 분노합니다. 15일 규탄대회를 하고, 그러고도 검찰이 제 정신 안 차린다면 제가 중앙청사 앞에 가서 가마니 깔고 드러눕겠습니다. 이 나라 총리를 한 사람으로서 그만한 절개를 가지고 싸우지 않는다면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저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짓이 이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까? 권력만 잡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제 가마니 깔고 광화문에 누워서 볼 테니 한번 다 잡아가보세요.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들입니까? 저는 내란음모로 징역을 두 번이나 산 사람입니다. 내란음모로 또 한번 처벌해보십시오.
작년, 올해 얼마나 괴롭혔습니까, 얼마나 무고한 사람을 모함했습니까? 조선일보, 동아일보 얼마나 명예훼손 시키는 악의적 보도를 많이 했습니까? 이게 1면 톱으로 보도할 사안입니까? ‘수만 달러’라는 게 얼마나 악의적인 보도입니까? 당시 5만달러라고 하면 우리 돈으로 4500만원입니다. 4500만원이라고 쓰지 왜 ‘수만 달러’라고 씁니까? 이런 악의적인 공작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정말 화가 나서 이제 용납하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아주 비상한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이걸 허용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파쇼로 들어가는 길목이 되는 것입니다. 다리 내놓으라고 해서 다리 내놓으니까 다리 잘라가고 그 다음에 손 잘라가고 그 다음에 귀 잘라가고 그 다음에 코 잘라가고. 뭐가 남습니까? 안 됩니다. 우리가 쌓아놓은 민주화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명예가 무너지는 것이라서 다시 원점에서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싸우겠습니다. 박정희 전두환하고도 싸웠는데 못 싸울 게 뭐가 있습니까? 다시 싸우겠습니다.
이해찬 공대위원장 : 저희가 이제 검찰 고발 등의 회의를 해야 하는데, 기자들이 오셨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공대위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하겠습니다. 이제 한 총리님은 자리를 양보해주시고...
한명숙 전 총리 : 저는 위원이 아닙니다. (웃음)
이해찬 공대위원장 : 모두말씀 계셨는데 간단하게 상황을 얘기하고 기자들이 궁금하신 걸 갖고, 회견을 하겠습니다.
질문 : 검찰과 조선일보에 법적 대응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설명해달라.
전해철 전 민정수석 :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저희가 총력으로 대응할 것이고 그 일환으로 오늘 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법적인 대응을 하려고 합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형사적으로 공동대책위원장 위원장 공동 명의로 고발을 하려고 합니다. 검찰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그걸 언론이 확대해서 보도하고, 우회해서 검찰에서 확인해주는, 이것은 명백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피의사실 유포라고 생각하므로 고발장을 오늘 접수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도 있지만 언론사가 처음 보도할 뿐 아니라 확대보도하면서 지난 4,5,6월 많이 했던 유사한 패턴 아닙니까? 그에 대해서 민사소송을 하는데 당연히 원고는 한 총리님이 되고, 피고는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 검찰을 지휘하는, 검찰이 소속된 대한민국이 1번이 되고, 조선일보사와 해당 기자가 다음 차례로 이어지고. 이것 역시 오늘 접수할 예정입니다. 소장은 접수 후에 공동대책위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해철 전 민정수석 : 민사소송도 청구원인을 묻는 게 크게 두 곳입니다. 한 총리님의 명예를 직접적으로 훼손한 언론사가 있고, 그 명예를 훼손한 단초를 제공한, 피의사실을 허위사실을 공표한 위법이 있습니다. 그 위법을 검찰이 했으므로, 검찰 공무원은 대한민국 소속이니까 그러나 개개인 공무원들은 실제 소송의 피고가 될 수는 없으므로 대한민국으로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언론사와 해당 기자를 피고로 제기합니다. 실질 책임은 검찰에 묻는 것이고, 다만 형식적 주체를 대한민국으로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 한 총리님 이후 일정에 대해 공개해달라.
양정철 대변인 : 한 총리께서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 일상적 업무를 다 관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일정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일정에 대해 설명할 내용이 없습니다.
질문 : 검찰에서 나오는 내용은 구체적인데, 아예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가.
이해찬 공대위원장 : 그런 개별적 사안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그런 설명을 하면 그걸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를 계속 쓰는 악랄한 행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번 우리 방침은 그런 사실적 얘기들은 최종적으로 재판정에서 기소한다면 재판정에서 얘기한다는 것입니다. 중간중간에 사실적 얘기는 일체 안하겠습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 그와 관련하여 이 자리 계시는 언론인들에게 정말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 우리 헌법이 무죄추정 원칙을 헌법정신으로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보호받아야 될 인권 때문에 그렇습니다. ‘너의 결백을 입증해봐라’고 그 사람한테 물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스스로가 결백하다는 그 말에 대해 충분히 신뢰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걸 전제하고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혐의를 입증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입증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언론의 보도태도도 이 관점으로 정확하게 자리잡아 주시길 바랍니다. ‘죄가 없다면 네가 스스로 입증해봐’ 이것은 민주주의 언론이 물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해철 전 민정수석 : 우리가 법률적 대응을 하는 게 어떤 결론 가령 ‘소환, 소환거부’만 보시면 의아할지 모르지만, 그에 선행하는 위법과 불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없애지 않고 대응하면 수없이 많은 오류와 결과들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그걸 한번 바꿔보자는 얘기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미디어는 권력에 무릎을 꿇고 정제된 앵무새 소식이 윙윙거리는 침묵이 음산한 암흑공화국... 대한민국.
이 암울하고 독선적인 시대에 희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는 것일까 정치에서 말이다.
최근 mbc 100분토론의 사회자 손석희교수가 막방 때 유시민전복지부장관도 거기에 함께 하고 있었다. 그동안 100분 토론에 나왔던 패널들의 손석희교수를 보내며 소회를 밝히는 환송식같은 방송...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대한 건 학창시절 '항소이유서'를 통해서였고 잊고 지내다 100분토론 사회자로서였고 날카로운 분석, 냉철한 판단 그리고 현명한 그의 단심을 나는 그 때 알았다. 내가 존경하는 노무현전대통령의 바리케이터를 자처하는 모습에 개혁당에도 참여를 했었다.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시대의 마지막이길 자처하셨다. 그렇다면 이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 새시대는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감히 우리의 희망은 그....유시민이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다.
딴지일보의 재능세공사님의 [정치인 유시민의 진화와 희망]을 아래에 붙입니다.... --------------------------------------------------------- 정치인 유시민의 진화와 희망
진화하고 있는 유시민
모든 것은 진화한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서는 퇴행이나 역주행이 일어나는듯 보이고, 적자생존론이 본래의 메시지와 상관없이 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수구기득권 세력에게 악용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지만 역사의 큰 줄기와 흐름으로 보면 결국 세상은 진화하고 있다.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 유시민을 지지하고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분명 진화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치인 유시민의 진화계기와 의미를 찬찬히 살펴 보자.
첫번째 진화 : 국회의원에서 임명직 공직자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시간들이 있었지만, 정치인 유시민의 첫번째 진화 계기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정치평론가에서 개혁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천한 정치경력과 상관없이 매우 주목받는 위치에 섰던 그였지만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택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이라는 정치적 실험을 통해서 첫번째 좌절을 맛보게 된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 상황과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의 괴리를 실감하게 된 중요한 정치학습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류세력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시민의 입각을 밀어부친 이유도 현실정치의 구렁텅이에서 더 큰 자괴감과 절망을 그가 느끼기 전에 임명직 공직자의 역할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통해서 더 큰 정치인으로의 진화를 기대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단은 정확했다. 정치인 유시민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것이다. 자신을 믿어주고 기회를 준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을 너무나 잘 이해했던 유시민 역시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에 성공한다. 그의 최근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를 있게한 것은 대부분 장관역임 기간동안 생겨난 진화결과이자 사유의 결과다.
출처 : 오토쎄라
이 기간동안 그는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과 임명직 공직자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실질적인 채널은 법안을 발의하고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통과시키는 것이다.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어렵지만 그 법안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효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금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 우선고객이 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국민이 아니라 동료 의원들이었던 셈이다. 한번 상상을 해보자. 자신이 속해있는 정당의 동료 국회의원들이 기본의무를 망각한채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움직이고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목격하면서 느꼈을 절망감과 비애를. 그리고 상식과 원칙의 잣대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초법적인 한나라당의 횡포앞에 느꼈을 무력감과 결과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 등을 말이다.
임명직 공무원으로서의 입각은 유시민이 민주주의 시대의 진정한 왕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을 최우선 고객으로 만들어 주었다. 최고수장인 대통령의 집권철학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임명된 이들과의 협업은 동료 국회의원들과의 그것과는 분명 비교할 수 없이 원할한 일이었을게다. 그리고 정부부처 중 가장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결되어 있는 보건복지부야말로 그가 꿈꾸는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에 최적의 자리가 아닌가. 그는 지금도 이 시기를 가장 보람있고 많은 것을 배운 때였다고 여러 기회를 통해 회고하고 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유시민은 장관으로서 일하며 정치인으로서의 무력감을 떨쳐 버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성과를 내는 즐거움을 맛봤다. 이념적인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기쁨 말이다. 동시에 공무원들과 관련부처 장관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자신의 이상을 어떻게 녹여내고 풀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까지 얻게되면서 조금 더 겸허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집권을 추구하는 자로서의 정치와 집권당의 일원으로서의 정치가 책임과 관점면에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두번째 진화 : 한시적 자유주의 정치인에서 권력의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장관으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유시민은 대선을 앞두고 다시 소속당으로 돌아와 부적격 투성이인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명박의 집권을 막기 위해 리버럴리스트로서의 자기다움을 잠시 접어두고 짧지만 강렬했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다. 그는 훨씬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열린우리당 해체의 아픔까지 감수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이례적인 약속을 받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그다운 방식(포지티브 선거 & 피부에 와닿는 공약 제시 등)으로 최선을 다한다.
출처 : 시민광장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천상 리버럴리스트인 유시민이 처음으로 권력의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그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리 특별할게 없는 정치적 행보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유시민에게 이 선택은 자못 진중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마음속에 국민에게 선택되지 않는다면 깨끗하게 물러서겠다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른 다짐을 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참여정부 적자세력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전 총리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고 유시민은 그때부터 스스로 정치유배자의 길을 택하게 된다.
세번째 진화 : 대구 총선 도전과 실패 - 본격적인 정치유배자로
혹자들은 그의 대구 총선 도전을 노무현 따라하기로 조롱하기도 하고 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겨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그를 만류했다. 내가 보기에 유시민의 대구 총선 도전은 그가 왕으로 모시고 있는 가장 냉정한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정치유배 여부를 확인받는 마지막 의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고 자신이 국민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후회없이 털어놓은 한판이었지만 그가 이미 예상했듯이 국민들은 아직 그에게 기회를 줄만큼 그의 이야기에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된 직접적인 계기는 유창선님의 최근 포스팅 '유시민 대선후보론이 성급한 이유'라는 글 때문이다. 필자는 그 글을 읽고 정치적 관성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평론가의 한계를 보았고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다. 유창선님은 정말 이명박 집권 이후부터 유시민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 제대로 살펴보고 이해한 것인지 의문이 들 뿐이다. 유시민은 그 어떤 참여정부 일원보다 MB집권으로 고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진실된 고백과 소통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참여정부에 덧씌워진 잘못된 비난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사실이 아님을 반박하는 소신을 보였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선의의 집권철학에 의거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국민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부적격 투성이의 이명박 대통령 탄생을 막지 못한 참여정부 계승세력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번도 부정한 적이 없으며, 대구 총선 도전을 끝으로 스스로 자발적 정치유배자를 자처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다음 네번째 진화를 얘기하면서 유창선님의 이번 글이 얼마나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한 것인지 더 지적해볼까 한다.
네번째 진화 :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정치유배자 유시민의 칩거
스스로 정치유배자를 자처하며 자기다운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거의 생각을 굳혀갔을 그에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매우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기간만큼 그의 인생에 있어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괴로웠던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일전의 포스팅에서도 밝혔듯이 그의 고민은 매우 근본적인데 있었다. 계속 정치를 해야만 하는가? 내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국민들은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 그런 기대가 있다면 어떻게 그걸 만족시킬 수 있을까? 등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출처 : 시민광장
나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난관을 진심으로 겪어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성공에 도달할 수 없다고 믿는다. 특히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정치인도 국민을 무시하고 자신의 신념만이 최고선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 모두 성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스로 충분히 숙고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는 대부분 절망적이고 견디기 어려운 시련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고 유시민은 이 불행하고 슬픈 계기를 통해 자신의 정치인생을 반추하고 미래를 향한 깊고도 무거운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창선님이 이 기간동안 유시민이 처한 상황과 고뇌를 단 한 부분만이라도 제대로 살펴보았다면 그런 식의 뻔한 논리와 아무런 정서적 이해 없이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글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소한 아직은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모를 그의 발언 이후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확실한 논거를 갖추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 아닐까. 부디 어느 정도 다음뷰에서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춘 시사블로거로서 더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주길 기대한다.
다섯번째 진화 : 국민참여당 입당과 한층 강력해진 집권 탈환 의지
국민참여당 입당은 정치인 유시민이 정치유배 상태에서 벗어나 한국 정치의 미래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음을 알린 상징적이며 공식적인 정치행위다. 그의 요즘 행보를 지켜보면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만큼은 확실히 털어낸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예상했던 것 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칩거 기간동안의 침묵이 어색할만큼 발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긴장감 제로였던 정치구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정치인 유시민이 또 한번의 진화를 일구어 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징후가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냉혹한 정치현실에 좌절하고 비관하기 보다는 담대하게 맞서 희망의 불씨를 지펴 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논란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이슈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4대강, 세종시, 미디어법 등의 이슈를 외면한다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게 맡기고 국민참여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전략적으로 규정하고 몰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당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의 발언이 많은 주목과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더욱 구체적이고 중요한 내용은 어제 있었던 2010연대 주최의 '풀뿌리 민주주의 희망찾기, 유시민과의 대화'에서 나왔다. 못보신 분들은 꼭 한번 다시보기를 통해서 들어봐 주시기를 권고한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첫번째 징후만큼이나 인상적인 유시민의 또 다른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자, 어떤 발언과 진화의 징후가 있었을까? 주요한 내용 중심으로 현장중계해 보도록 하겠다.
개혁민주세력이 화력을 집중해야 할 이슈와 원칙을 제시하다
유시민은 모두 발언에서 가장 중차대한 이슈로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야권 세력간의 선거연합과 연대의 원칙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아마 큰 틀에서야 야권에서 공감하는 이슈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이고 공개적인 제안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개방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존중하자. 그리고 갈등요소는 우선 덮어두자. 최소한의 연합과 연대를 위한 분위기 조성과 신뢰형성을 위해 매우 필수적인 전제조건을 말하고 있다.
둘째, 공통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점을 찾자. 악법반대든 필요한 정책의 제시 등 방법은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정책을 중심으로 연대하자. 세력과 지지도를 기준으로 하거나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자세로는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셋째, 연합이나 연대를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서 각 정당이 후보공천 후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후보단일화를 시도하는 것 보다는 처음 시작부터 단일후보를 공천하는 방향으로 가자. 이 부분은 경험에 근거한 매우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본다. 따로 후보를 내세우고 충분히 논의할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는 단일화의 성사 가능성이 낮을뿐 아니라 국민이 공감하는 연대가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넷째, 연대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연대의 승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연대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충분한 정보를 주고 판단하게 하자는 측면과 결과적 연대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어떤 연대 주체가 페어플레이를 했고 어떤 이들이 기득권을 고수하고 사익에 따라 결정을 했는지 국민이 판정하게 해줌으로써 상징적 의미에서의 단일화 효과를 확보하자는 의미다.
그는 이어진 발언에서 어떤 진단과 고민을 통해 위와 같은 원칙과 방법론을 제시했는지 그리고 연합과 연대없이는 왜 승리할 수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이 거의 모든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요인은 그들을 지지하는 30% 세력이 소선거구 제도하에서 확실하게 결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70%의 야권 세력은 저마다의 차이를 이유로 확실하게 분할되어 있고 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실제 선거에서 필패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그 어떤 실책을 계속 이어간다 해도 어떤 선거에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유시민의 진단인 것이다.
성공적인 연합과 연대에 대해 그가 결코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참여당이 연합과 연대의 대상으로 여기는 야당이 그간 보여준 인식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기부터가 왜 그들이 동참해야 하고 자신이 제안한 원칙과 방법론이 참여하는 야권 모두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것인지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누구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자신이라도 열심히 나서서 변화를 일으켜 보겠다는 자세인 것이다.
연합과 연대의 열쇠 :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당
유시민의 시선은 민주당보다 진보정당에 더 가있는게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연합과 연대의 우선적인 키를 쥐고 있고 실마리를 푸는데 있어 진보정당의 스탠스 변화를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토론내내 향후 추진될 야권연대 시도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인식변화를 가슴으로 호소하고 촉구했다. 진보정당 측에서 오해할 것을 자주 염려하면서 말이다.
그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듯 하다. 연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상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총량개념 보다는 비중 측면에서) 진보정당이 될 수 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설득함으로써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생각이 확실히 드러나는 다음 대목을 음미해 보자.
"오래된 생각이지만 저는 진보정당 역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이루어 놓은 자산을 이어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이번 연대에 조금만 열린 생각으로 임한다면 그 자산을 같이 잘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봐도 진보정당은 이번 연대에서 최소한 민주당보다 얻을게 많을 것이다. 다만 국민참여당과는 라이벌 관계로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독자적인 선거를 치르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국민참여당 이상으로 연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진보정당이 최소한의 참여만 해주더라도 그 동력으로 민주당의 참여를 견인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민주당은 솔직히 유시민의 표현대로 집권가능성이 매우 미약하다는 고민외에는 아쉬울게 없다. 이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동시에 그들의 셈법에서는 연대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과실보다는 확신할 수 없는 손해에 더 마음이 쓰인다. 그들에게 통큰 양보를 요구할게 분명한 연대파트너들이 얼마나 고깝게 보일지 안봐도 비디오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런 스탠스를 계속 고집할 경우 그들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영구집권을 가능케 한 주적이라는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아마도 민주당의 연대참여는 다수 국민들의 압력이 강력하게 가해지지 않는 이상 자발적 선택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국민들의 여론을 만들기 위한 동력으로 유시민은 진보정당과의 우선협력을 이끌어 내고 시민주권모임과 민주통합시민행동의 중재능력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고 난망하지만 유시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행동을 실천할 것이다.
단호하게 맞설 때와 진정성으로 호소할 때를 알게된 유시민
이번 토론회에서 유시민은 시민논객이나 네티즌의 질문내용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질문자체가 고정관념이나 주관적 해석에 근거한 내용일 경우 또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동안 부드러움과 겸손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와는 상충될 수도 있는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여러번 표명했다. 분명 정치인으로서는 부담스런 언행이 될 수 있다.
그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유시민은 더이상 자신의 에너지를 그런 성격의 질문에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대응하는데 쓰고 싶지 않으며 정치적 주관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스탠스 변화를 꾀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국민에게 호소하고 정치인들에게 설득하고자 하는 이슈에 집중할 수 없고 끊임없이 끌려다니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내가 봐도 과거의 문제나 고정관념에 근거한 논의는 결코 생산적일 수 없다. 미래를 창조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비록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운 질문이나 향후 야권연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펼치기 보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정서적 이해를 드러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겸허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뜻 보면 상반되는 이러한 스탠스는 앞으로 정치인 유시민의 정치행보에서 일관되게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유시민다움과 세상을 살아가는 공통적인 지혜의 균형감각을 갖추어 나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꽤 길게도 정치인 유시민의 진화를 설명해 왔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어떤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우리 정치사에 제대로 된 아름다운 정치세력간의 연대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그 동력으로 사유화 된 권력을 합법적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역사를 새로 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 대의에 동의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닫힌 마음을 풀고 기득권을 버리고 동참하여 희망을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한 시작으로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의 제안을 진지한 자세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솔직히 더이상 불리할게 무엇인가. 정말 이대로 한나라당의 횡포를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기존의 방법이 효과가 없었다는 걸 인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한번 풀어가보자 이 말이다. 설령 원하는만큼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답답한 구도만큼은 조금이라도 흔들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유시민이 이번 토론회 말미에 했던 발언을 소개하며 마칠까 한다. 이 발언의 의미를 진보정당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한번쯤 되새겨 보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 시민광장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부담되는 것은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집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이들의 지지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동력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집권했을 때 정치인은 더이상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들만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집권 후 가장 큰 딜레마가 이 문제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집권을 가능케 했던 지지세력에 충실하게 화답하고 있으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반대로 했다. 어떤 것이 더 옳은 방식인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
정치평론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아주 쎄게 비판한 적이 있다. 딱 두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비판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방식으로 비판해서는 안될 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아무리 비판받을만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모든 방식의 비판이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역사의 밀물이 들면 모든 진보의 배들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역사의 큰 물결을 일구어내지 않고서는 우리는 모두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배를 먼저 띄워 보내겠다는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모두가 함께 떠오를 수 있고 각자의 몫만큼의 짐을 싣고 역할을 다할 수 있을때까지 역사의 밀물을 만들어 내는 일에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 그 일을 시작할 때이다"
이 글은 계간 ‘광장’ 신년호에 실린 연속기회물 중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글 ‘국정운영의 성패는 마음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아무런 사전 허락없이 퍼온 글입니다.
국정운영의 성패는 마음에 달렸다 (계간 광장 2호 / 유시민 / 2009-01-22)
국가 운영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론적으로도 그렇겠지만, 실제 경험해 본 사람은 더욱 더 그 어려움을 절감합니다. 국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대통령은 말할 나위도 없겠고,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하나의 중앙 행정부처를 운영하는 장관의 업무도 애로사항이 하나 둘 있는 게 아닙니다. 중앙부처의 실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갖가지 난관을 뚫고 업무를 수행합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잃고 악전고투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을 보면서 저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 또는 그와 비슷한 아픔을 느낍니다. 정치적 경쟁자가 겪는 고초가 때로 지난날의 패배를 위로하는 신경안정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동장군보다 더 무섭고 냉혹한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그런 정신적 사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저의 장관 체험담인 동시에 오늘의 국정운영 주체들에게 보내는 충고와 격려의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분들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이 글을 읽지 않거나, 읽었지만 제 조언과 격려를 전혀 참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독자들이 대통령과 장관들, 공직자들의 언행 배후에 있는 정서와 동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함께 적었습니다. 모쪼록 읽을 만한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정심 : 공직자의 기본
국정운영 주체에게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을 섬기려고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그것을 늘 알아주거나 인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당은 무엇이든 일단 반대합니다. 언론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문제점과 부작용에 주목합니다. 그것이 야당과 언론이 가져야 마땅한 기본자세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그럴 때 감정이 상하는 것은 또 어느 정도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마다 비판 성명을 냅니다. 찬성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권력에 영합한다는 오해를 살까봐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관련 이익단체들은 어떤 정책이 직업적 자부심에 상처를 주거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장관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합니다. 심지어는 장관의 집 근처 공원에 농성텐트를 치고 아파트 진입로에서 피켓시위를 하기도 하지요.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통령과 장관의 인격을 공격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저도 장관 하는 동안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이런 사태를 만나더라도 섭섭하게 생각하거나 화를 내지 말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감정에 휩쓸려 국정을 크게 그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는 욕먹는 것을 일상 업무의 일부로 여겨야 합니다. 특히 장관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이고 부처의 정책과 행정행위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이라, 그만큼 욕을 더 많이 듣게 되어 있습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비판도 많지만, 더러는 부당하고 근거 없는 비난과 인신공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욕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열 받고 화 내봐야 자기만 손해이기 때문이지요.
장관은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의 대리인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고, 대통령은 장관에게 그 권력의 일부를 위임합니다. 그래서 장관은 임명직이지만 공화정의 원리에 따라 간접 선출된 공직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장관이 마음의 평정을 잃고 품격 없는 언행을 하면 결국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옛날식으로 표현하면, 장관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불충(不忠)입니다.
장관이 그런 언행을 하면 공무원들이 장관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공무원들은 존경하지 않는 장관에게‘충성’하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이 성심을 다해 장관을 따르지 않는 행정부처가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좋은 정책을 제대로 펴나가기는 어렵겠지요. 이런 장관이 여럿 있으면 대통령이 국민의 존경과 믿음을 잃게 되고 정부와 국민의 정서적 유대감이 약해집니다. 결국 국정 전반이 꼬이고 국가의 위기 관리능력이 저하되는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나라 안팎에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국민의 신뢰를 잃고 허둥대는 최근 상황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에게서 정책마다 사사건건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기색이 보입니다. 불과 몇 초 동안 텔레비전에서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대통령의 심기를 감지합니다. “저 사람들은 친북좌파들이라 원래부터 대통령을 싫어해서 반대하는 것이다.”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하는 참모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지 않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을 섭섭하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국민을 섭섭하게 할 권리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민주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의 영혼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효과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국정운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중대한 현안이 있을 때는 직접 기자회견을 하거나 담화를 발표했지요.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 국정연설을 하는 등 국민과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고 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것은 공무원입니다. 국민은 공무원을 통해서 국가를 접촉하고 대통령과 장관을 간접적으로 만납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장관의 국정 철학과 정책방향을 잘 이해하는 가운데 정책을 입안하고 시민사회와 대화하는 것이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 경험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있습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직업적 자부심,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애국적 열정, 다른 부처나 다른 동료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경쟁심, 이런 것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구성합니다. 영혼은 믿는자에게만 보이지요. 대통령과 장관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인정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영혼을 감춥니다. 정확하게 상부의 지시가 내려오는 일만 하면서, 혁신적 아이디어와 정책은 업무용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가만히 넣어두지요. 시간이 남으면 현장에 가거나 업무혁신을 연구하기보다는 영어공부나 책읽기로 소일합니다. 유능한 공무원들은 교육이나 해외연수 나갈 기회를 부지런히 찾습니다.
헌법 제7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대통령과 장관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며 대통령과 장관에게 책임지는 존재도 아닙니다. 그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며 국민에게 책임을 집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장관은 특정 정당에 속해 있거나 그에 가깝지만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보장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이러한 공무원의 지위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공무원의 영혼을 불러내야 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자세로 사심 없이 일한다고 느낄 때, 공무원들은 비로소 자기의 영혼을 드러냅니다. 공무원이 스스로 영혼이 없다고 푸념하는 풍경은, 그 공무원들을 이끌고 일하는 정부가 이미 절반쯤은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공직사회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위‘친북좌파 적출’이나‘부역자 색출’ 이니 하는 섬뜩하고 살벌한 말을 해가면서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모욕하고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는 것은 대통령과 장관이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불행해질 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국민 모두가 고달파지는 것이지요. 모쪼록 정부가 공무원들 스스로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면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조직운영의 방향을 전환하기를 바랍니다.
소통과 배려
1년 4개월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장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절실히 깨달은 것이‘소통’또는‘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소통은 단순한 메시지나 텍스트 교환이 아닙니다. 소통은 궁극적으로 마음을 교환하는 것이지요. 대통령과 장관이 공무원이나 국민들과 하는 소통 역시 새로운 정책의 목적과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정책의 배후에 깔린 정서적 동기를 나누어가짐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 가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참여정부를 통틀어 가장 젊은 장관이었습니다. 복지부장관으로 부임하고 보니 장관보다 젊은 국장이라고는 딱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국장은 물론이고 고참 과장들도 장관보다 나이가 많았지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전통적 미덕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젊은 장관이 나이 많은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일이 될 리 만무합니다. 더 젊은 사무관과 주무관들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장관은 너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히 세심하게 배려해주지 않으면 긴장해서 아는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하면 국민과 권력 사이에 긴장이 발생해 국가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장관이 공무원과 소통하지 못하면 행정조직이 동맥경화에 걸려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요. 부처의 내부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떤 간부들은‘장관의 심기에 대한 정보’를 독점해 직원들에게 횡포를 부리게 됩니다. 무슨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강력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관료조직에서 정보의 불균형은 저절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 간부회의와 부내 정책토론회에서 장관이 한 말을 모두 녹취해 텍스트로 푼 다음 내부통신망을 통해 본부와 산하기관 전체 직원들에게 전하도록 했습니다. 국무회의나 대통령 국정보고회의, 관계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가운데 복지부 관련 사항도 간부회의 발언을 통해 모든 직원들에게 전달했지요. 중요한 문제로 부내 정책토론을 할 때는 주무국장과 과장뿐만 아니라 업무관련성이 있는 다른 국장과 과장,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자문교수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대통령에서 장관과 국장을 거쳐 과장과 사무관과 주무관에게 이르기까지 보건복지 정책의 기본 방향과 사업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기 위해서였습니다. 장관과 공무원들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 정확한 지시를 내려 보낼 수 없습니다. 정확한 작업지시가 내려가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굵은 통나무를 깎아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식으로 소중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소통이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는 데 이르게 하려면 끊임없이 상대를 배려해야 합니다. 배려 중에서 최고의 배려는 공무원 스스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공무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정책에 관해서는 여러분이 세계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전문가한테 가도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조사연구하고 토론해서 답을 찾읍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생각 있는 고래는 칭찬한다고 해서 무조건 춤추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을 일하게 하는 것은 그들 내면의 사명감과 자부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존중과 배려는 공무원의 사명감과 자부심에 활력을 제공하지요. 태만과 오류에 대한 질책과 징벌은 입에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공무원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코드에 맞추지 못하는 공무원은 스스로 조직을 떠나라”는 취지를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은 대통령 자신을 해치는 칼이 될 것입니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말씀의 날을 무디게 하고 가시를 빼는 일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가시가 박히고 시퍼렇게 날이 선 말은 강력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소통을 통해 종국적으로 형성해야 할 정서적 교감과 공감의 기반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무한책임 의식
국정운영에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책임의식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대통령과 장관은 자기에게 직접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기꺼이 자기 업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때문에 당장은 부당한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게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그런 과제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런 과제를 회피하는 정부는 언젠가는 국민의 냉엄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남해안에‘멍텅구리배’라는 게 있었습니다. 엔진이 없는 목선으로 동력선이 끌어다 놓는 곳에서 새우를 잡는 배입니다. 그런데 큰 태풍이 불 때마다 미처 예인하지 못하는‘멍텅구리배’가 침몰해 사람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났고, 경찰이 경위를 조사하다 보면 인신매매단에 끌려와 강제노동을 한 사례가 드러나서 큰 사회적 물의를 빚곤 했지요. 결국 정부가 선주들에게 폐선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조업을 일체 금지함으로써‘멍텅구리배’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세종로와 과천, 여의도에는 아직도 멍텅구리배가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이지만 자체 동력이 없는 탓으로 가결도 부결도 되지 않은 채 정쟁(政爭)의 바다 위에 표류하는‘무동력 법률안’들이 그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었지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비해 수급권자가 받아가는 연금이 너무 많은데다가, 수급권자의 수가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많아지고 평균수명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언젠가 기금 적립금이 고갈되어 침몰할 것이 확실히 예견되는 제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언제부터 물이 차기 시작해서 언제 완전히 침몰할 것인지를 비교적 확실하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2003년에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요.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벌려면 먼저 예정된 침몰 시점을 늦추는 재정안정화 대책부터 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려 3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원리가 통한 것이지요. 온 국민이 관련된 중요한 법안이었지만, 일부 연금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제외하면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처리하지 말라고 데모할 사람도 없었지요.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거나 기업 세제혜택을 줄이는 법안 같으면 난리가 납니다. 연구비를 삭감당 할지 모르는 대학교수들이 의원회관을 방마다 찾아다니고 기업인들은 국회의원과 주요 정당 지도부에 강력한 로비를 하지요.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 조금씩 관련되는 법안은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요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을 깎는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법안 심의를 한없이 미루었습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멍텅구리배와 마찬가지로 자체 입법추진 동력이 없는 법안이었던 것이지요.
장관 지명을 받자마자 이해찬 당시 총리에게 이 무동력 법안에 예인선을 붙이자고 건의했습니다.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노인들 몇 백만 명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효도연금법안’을 만들어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묶어버리는 방안이었습니다. 정부가 이 두 법안을 한 묶음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면‘효도연금법’에 관심을 가진 노인단체와 고령 유권자들이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게 제 주장이었습니다. 이 총리는 흔쾌히 동의했지요.“ 꼭 국민연금법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키고 자식들 교육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그리고는 빈손으로 노후를 맞은 어르신들을 국가가 이렇게 외면해서는 안 된다.”이것이 이 총리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의원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해 두었던‘효도연금법’을 토대로 해마다 약 2조 원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 제도를 구상했는데, 이 총리는 그 돈을 어떻게든 만들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해찬 총리와 제가 이렇게 의기투합한 것은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한‘책임의식’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별로 인기가 없는 법안이었습니다. 당장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법률안을 처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판단할 때 유리할 게 없는데, 그걸 하려고 2조원이나 되는 신규예산을 만든다는 것은 국무총리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이 알아주든 말든, 국가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회피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모았던 것입니다.
야당 존중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그리고 성가신 걸림돌은 야당의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임시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야당으로서 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후회를 할지도 모르지요. 한나라당은 1998년에는 IMF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무려 6개월 동안 국무총리 인준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사립학교법이나 국가보안법 처리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국회상임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을 점거했고 장기간의 장외투쟁을 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와 함께 청계천 광장 야간 촛불시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와 똑같은 행동을 이번에는 민주당이 한 것입니다.
대통령은 야당을 존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성가셔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소수야당이라고 해도 야당은 힘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되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무엇을 못하게 하는 데는 비상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게 바로 야당입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야당을 잘‘섬겨야’합니다. 때로 자존심이 상하고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더라도, 국민과 국정을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관 업무를 보는 동안 저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수도 없이 절을 했습니다. 직접 쓴 국민연금법 개정 관련 보고서를 들고 국회 의원회관의 모든 방을 두 차례 이상 방문했습니다. 야당 대표와 원내 지도부, 정책위 의장을 수시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법안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갖가지 민원을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들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술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회식을 할 때 그 술을 내놓았고, 지역구 보건소를 신축해 주었으며, 복지회관과 노인복지관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도 나서야 합니다. 저는‘효도연금법’을 만들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을 보고하고 대통령의 지원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면 법안 이름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기초연금’비슷하게 해주고, 필요하다면 권위주의 시대 유물이라며 굳세게 거부했던‘여야영수회담’에도 응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한나라당과의 비공개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아쉽게 결렬되는 바람에‘여야영수회담’이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노무현 대통령도 뜻을 함께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야당에게 무작정 매달리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성심을 다해 협조를 요청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야당이 소극적으로라도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가끔 국회에서‘거짓말’을 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국민연금법을 처리하기 위해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귀향활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복지부 사무관과 과장, 국장들 중에는 행정고시에 합격했을 때 고향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축하 플래카드를 단‘동네스타’가 많습니다. 그분들이 고향에 가서‘장관의 명’을 받아 왔다고 하면서 시군구 노인회장님들에게 밥 대접을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지사장들은 노인복지정책 간담회를 열어 지역의 노인단체 대표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거기서 한나라당 때문에 국민연금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초노령연금법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퍼뜨렸지요.
그 소문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자기네가 언제 그런 적이 있느냐면서“이런 헛소문을 퍼뜨린 게 누구냐”고 장관을 윽박 질렀지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소문이 도는지 몰랐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경위를 알아보고, 만약 사실이라면 즉각 시정조처 하겠습니다.”그래 놓고는 복지부로 돌아와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잘했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으니 더 세게 소문을 퍼뜨리세요.”결국 2006년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몇 달 간의 심의 끝에 표결로 두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여당이 이 법안을 상임위에서 표결처리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적어도 이 법안에 관해서는,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성의 있게 협상했고, 야당이 노골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는 데 정치적 부담을 크게 느낄만한 상황을 미리 만들어둔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 : 경험을 일반화하는 데는 오류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도 그런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국정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권력자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타인과 잘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이라는 저의 소견이 오류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2009년에는 대통령부터 초등학생까지 국민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글은 계간 ‘광장’ 신년호에 실린 연속기회물 중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글 ‘국정운영의 성패는 마음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아무런 사전 허락없이 퍼온 글입니다.
국정운영의 성패는 마음에 달렸다 (계간 광장 2호 / 유시민 / 2009-01-22)
국가 운영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론적으로도 그렇겠지만, 실제 경험해 본 사람은 더욱 더 그 어려움을 절감합니다. 국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대통령은 말할 나위도 없겠고,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하나의 중앙 행정부처를 운영하는 장관의 업무도 애로사항이 하나 둘 있는 게 아닙니다. 중앙부처의 실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갖가지 난관을 뚫고 업무를 수행합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잃고 악전고투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을 보면서 저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 또는 그와 비슷한 아픔을 느낍니다. 정치적 경쟁자가 겪는 고초가 때로 지난날의 패배를 위로하는 신경안정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동장군보다 더 무섭고 냉혹한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그런 정신적 사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저의 장관 체험담인 동시에 오늘의 국정운영 주체들에게 보내는 충고와 격려의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분들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이 글을 읽지 않거나, 읽었지만 제 조언과 격려를 전혀 참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독자들이 대통령과 장관들, 공직자들의 언행 배후에 있는 정서와 동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함께 적었습니다. 모쪼록 읽을 만한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정심 : 공직자의 기본
국정운영 주체에게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을 섬기려고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그것을 늘 알아주거나 인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당은 무엇이든 일단 반대합니다. 언론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문제점과 부작용에 주목합니다. 그것이 야당과 언론이 가져야 마땅한 기본자세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그럴 때 감정이 상하는 것은 또 어느 정도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마다 비판 성명을 냅니다. 찬성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권력에 영합한다는 오해를 살까봐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관련 이익단체들은 어떤 정책이 직업적 자부심에 상처를 주거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장관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합니다. 심지어는 장관의 집 근처 공원에 농성텐트를 치고 아파트 진입로에서 피켓시위를 하기도 하지요.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통령과 장관의 인격을 공격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저도 장관 하는 동안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이런 사태를 만나더라도 섭섭하게 생각하거나 화를 내지 말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감정에 휩쓸려 국정을 크게 그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는 욕먹는 것을 일상 업무의 일부로 여겨야 합니다. 특히 장관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이고 부처의 정책과 행정행위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이라, 그만큼 욕을 더 많이 듣게 되어 있습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비판도 많지만, 더러는 부당하고 근거 없는 비난과 인신공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욕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열 받고 화 내봐야 자기만 손해이기 때문이지요.
장관은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의 대리인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고, 대통령은 장관에게 그 권력의 일부를 위임합니다. 그래서 장관은 임명직이지만 공화정의 원리에 따라 간접 선출된 공직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장관이 마음의 평정을 잃고 품격 없는 언행을 하면 결국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옛날식으로 표현하면, 장관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불충(不忠)입니다.
장관이 그런 언행을 하면 공무원들이 장관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공무원들은 존경하지 않는 장관에게‘충성’하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이 성심을 다해 장관을 따르지 않는 행정부처가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좋은 정책을 제대로 펴나가기는 어렵겠지요. 이런 장관이 여럿 있으면 대통령이 국민의 존경과 믿음을 잃게 되고 정부와 국민의 정서적 유대감이 약해집니다. 결국 국정 전반이 꼬이고 국가의 위기 관리능력이 저하되는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나라 안팎에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국민의 신뢰를 잃고 허둥대는 최근 상황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에게서 정책마다 사사건건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기색이 보입니다. 불과 몇 초 동안 텔레비전에서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대통령의 심기를 감지합니다. “저 사람들은 친북좌파들이라 원래부터 대통령을 싫어해서 반대하는 것이다.”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하는 참모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지 않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을 섭섭하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국민을 섭섭하게 할 권리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민주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의 영혼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효과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국정운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중대한 현안이 있을 때는 직접 기자회견을 하거나 담화를 발표했지요.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 국정연설을 하는 등 국민과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고 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것은 공무원입니다. 국민은 공무원을 통해서 국가를 접촉하고 대통령과 장관을 간접적으로 만납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장관의 국정 철학과 정책방향을 잘 이해하는 가운데 정책을 입안하고 시민사회와 대화하는 것이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 경험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있습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직업적 자부심,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애국적 열정, 다른 부처나 다른 동료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경쟁심, 이런 것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구성합니다. 영혼은 믿는자에게만 보이지요. 대통령과 장관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인정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영혼을 감춥니다. 정확하게 상부의 지시가 내려오는 일만 하면서, 혁신적 아이디어와 정책은 업무용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가만히 넣어두지요. 시간이 남으면 현장에 가거나 업무혁신을 연구하기보다는 영어공부나 책읽기로 소일합니다. 유능한 공무원들은 교육이나 해외연수 나갈 기회를 부지런히 찾습니다.
헌법 제7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대통령과 장관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며 대통령과 장관에게 책임지는 존재도 아닙니다. 그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며 국민에게 책임을 집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장관은 특정 정당에 속해 있거나 그에 가깝지만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보장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이러한 공무원의 지위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공무원의 영혼을 불러내야 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자세로 사심 없이 일한다고 느낄 때, 공무원들은 비로소 자기의 영혼을 드러냅니다. 공무원이 스스로 영혼이 없다고 푸념하는 풍경은, 그 공무원들을 이끌고 일하는 정부가 이미 절반쯤은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공직사회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위‘친북좌파 적출’이나‘부역자 색출’ 이니 하는 섬뜩하고 살벌한 말을 해가면서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모욕하고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는 것은 대통령과 장관이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불행해질 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국민 모두가 고달파지는 것이지요. 모쪼록 정부가 공무원들 스스로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면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조직운영의 방향을 전환하기를 바랍니다.
소통과 배려
1년 4개월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장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절실히 깨달은 것이‘소통’또는‘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소통은 단순한 메시지나 텍스트 교환이 아닙니다. 소통은 궁극적으로 마음을 교환하는 것이지요. 대통령과 장관이 공무원이나 국민들과 하는 소통 역시 새로운 정책의 목적과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정책의 배후에 깔린 정서적 동기를 나누어가짐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 가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참여정부를 통틀어 가장 젊은 장관이었습니다. 복지부장관으로 부임하고 보니 장관보다 젊은 국장이라고는 딱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국장은 물론이고 고참 과장들도 장관보다 나이가 많았지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전통적 미덕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젊은 장관이 나이 많은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일이 될 리 만무합니다. 더 젊은 사무관과 주무관들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장관은 너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히 세심하게 배려해주지 않으면 긴장해서 아는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하면 국민과 권력 사이에 긴장이 발생해 국가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장관이 공무원과 소통하지 못하면 행정조직이 동맥경화에 걸려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요. 부처의 내부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떤 간부들은‘장관의 심기에 대한 정보’를 독점해 직원들에게 횡포를 부리게 됩니다. 무슨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강력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관료조직에서 정보의 불균형은 저절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 간부회의와 부내 정책토론회에서 장관이 한 말을 모두 녹취해 텍스트로 푼 다음 내부통신망을 통해 본부와 산하기관 전체 직원들에게 전하도록 했습니다. 국무회의나 대통령 국정보고회의, 관계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가운데 복지부 관련 사항도 간부회의 발언을 통해 모든 직원들에게 전달했지요. 중요한 문제로 부내 정책토론을 할 때는 주무국장과 과장뿐만 아니라 업무관련성이 있는 다른 국장과 과장,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자문교수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대통령에서 장관과 국장을 거쳐 과장과 사무관과 주무관에게 이르기까지 보건복지 정책의 기본 방향과 사업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기 위해서였습니다. 장관과 공무원들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 정확한 지시를 내려 보낼 수 없습니다. 정확한 작업지시가 내려가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굵은 통나무를 깎아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식으로 소중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소통이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는 데 이르게 하려면 끊임없이 상대를 배려해야 합니다. 배려 중에서 최고의 배려는 공무원 스스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공무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정책에 관해서는 여러분이 세계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전문가한테 가도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조사연구하고 토론해서 답을 찾읍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생각 있는 고래는 칭찬한다고 해서 무조건 춤추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을 일하게 하는 것은 그들 내면의 사명감과 자부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존중과 배려는 공무원의 사명감과 자부심에 활력을 제공하지요. 태만과 오류에 대한 질책과 징벌은 입에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공무원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코드에 맞추지 못하는 공무원은 스스로 조직을 떠나라”는 취지를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은 대통령 자신을 해치는 칼이 될 것입니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말씀의 날을 무디게 하고 가시를 빼는 일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가시가 박히고 시퍼렇게 날이 선 말은 강력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소통을 통해 종국적으로 형성해야 할 정서적 교감과 공감의 기반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무한책임 의식
국정운영에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책임의식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대통령과 장관은 자기에게 직접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기꺼이 자기 업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때문에 당장은 부당한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게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그런 과제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런 과제를 회피하는 정부는 언젠가는 국민의 냉엄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남해안에‘멍텅구리배’라는 게 있었습니다. 엔진이 없는 목선으로 동력선이 끌어다 놓는 곳에서 새우를 잡는 배입니다. 그런데 큰 태풍이 불 때마다 미처 예인하지 못하는‘멍텅구리배’가 침몰해 사람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났고, 경찰이 경위를 조사하다 보면 인신매매단에 끌려와 강제노동을 한 사례가 드러나서 큰 사회적 물의를 빚곤 했지요. 결국 정부가 선주들에게 폐선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조업을 일체 금지함으로써‘멍텅구리배’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세종로와 과천, 여의도에는 아직도 멍텅구리배가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이지만 자체 동력이 없는 탓으로 가결도 부결도 되지 않은 채 정쟁(政爭)의 바다 위에 표류하는‘무동력 법률안’들이 그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었지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비해 수급권자가 받아가는 연금이 너무 많은데다가, 수급권자의 수가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많아지고 평균수명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언젠가 기금 적립금이 고갈되어 침몰할 것이 확실히 예견되는 제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언제부터 물이 차기 시작해서 언제 완전히 침몰할 것인지를 비교적 확실하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2003년에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요.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벌려면 먼저 예정된 침몰 시점을 늦추는 재정안정화 대책부터 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려 3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원리가 통한 것이지요. 온 국민이 관련된 중요한 법안이었지만, 일부 연금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제외하면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처리하지 말라고 데모할 사람도 없었지요.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거나 기업 세제혜택을 줄이는 법안 같으면 난리가 납니다. 연구비를 삭감당 할지 모르는 대학교수들이 의원회관을 방마다 찾아다니고 기업인들은 국회의원과 주요 정당 지도부에 강력한 로비를 하지요.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 조금씩 관련되는 법안은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요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을 깎는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법안 심의를 한없이 미루었습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멍텅구리배와 마찬가지로 자체 입법추진 동력이 없는 법안이었던 것이지요.
장관 지명을 받자마자 이해찬 당시 총리에게 이 무동력 법안에 예인선을 붙이자고 건의했습니다.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는 노인들 몇 백만 명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효도연금법안’을 만들어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묶어버리는 방안이었습니다. 정부가 이 두 법안을 한 묶음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면‘효도연금법’에 관심을 가진 노인단체와 고령 유권자들이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게 제 주장이었습니다. 이 총리는 흔쾌히 동의했지요.“ 꼭 국민연금법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키고 자식들 교육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그리고는 빈손으로 노후를 맞은 어르신들을 국가가 이렇게 외면해서는 안 된다.”이것이 이 총리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의원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해 두었던‘효도연금법’을 토대로 해마다 약 2조 원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 제도를 구상했는데, 이 총리는 그 돈을 어떻게든 만들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해찬 총리와 제가 이렇게 의기투합한 것은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한‘책임의식’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별로 인기가 없는 법안이었습니다. 당장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법률안을 처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판단할 때 유리할 게 없는데, 그걸 하려고 2조원이나 되는 신규예산을 만든다는 것은 국무총리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이 알아주든 말든, 국가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회피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모았던 것입니다.
야당 존중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그리고 성가신 걸림돌은 야당의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임시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야당으로서 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후회를 할지도 모르지요. 한나라당은 1998년에는 IMF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무려 6개월 동안 국무총리 인준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사립학교법이나 국가보안법 처리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국회상임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을 점거했고 장기간의 장외투쟁을 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와 함께 청계천 광장 야간 촛불시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와 똑같은 행동을 이번에는 민주당이 한 것입니다.
대통령은 야당을 존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성가셔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소수야당이라고 해도 야당은 힘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되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무엇을 못하게 하는 데는 비상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게 바로 야당입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야당을 잘‘섬겨야’합니다. 때로 자존심이 상하고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더라도, 국민과 국정을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관 업무를 보는 동안 저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수도 없이 절을 했습니다. 직접 쓴 국민연금법 개정 관련 보고서를 들고 국회 의원회관의 모든 방을 두 차례 이상 방문했습니다. 야당 대표와 원내 지도부, 정책위 의장을 수시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법안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갖가지 민원을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들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술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회식을 할 때 그 술을 내놓았고, 지역구 보건소를 신축해 주었으며, 복지회관과 노인복지관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도 나서야 합니다. 저는‘효도연금법’을 만들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을 보고하고 대통령의 지원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면 법안 이름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기초연금’비슷하게 해주고, 필요하다면 권위주의 시대 유물이라며 굳세게 거부했던‘여야영수회담’에도 응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한나라당과의 비공개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아쉽게 결렬되는 바람에‘여야영수회담’이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노무현 대통령도 뜻을 함께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야당에게 무작정 매달리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성심을 다해 협조를 요청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야당이 소극적으로라도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가끔 국회에서‘거짓말’을 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국민연금법을 처리하기 위해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귀향활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복지부 사무관과 과장, 국장들 중에는 행정고시에 합격했을 때 고향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축하 플래카드를 단‘동네스타’가 많습니다. 그분들이 고향에 가서‘장관의 명’을 받아 왔다고 하면서 시군구 노인회장님들에게 밥 대접을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지사장들은 노인복지정책 간담회를 열어 지역의 노인단체 대표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거기서 한나라당 때문에 국민연금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초노령연금법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퍼뜨렸지요.
그 소문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자기네가 언제 그런 적이 있느냐면서“이런 헛소문을 퍼뜨린 게 누구냐”고 장관을 윽박 질렀지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소문이 도는지 몰랐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경위를 알아보고, 만약 사실이라면 즉각 시정조처 하겠습니다.”그래 놓고는 복지부로 돌아와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잘했습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으니 더 세게 소문을 퍼뜨리세요.”결국 2006년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몇 달 간의 심의 끝에 표결로 두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여당이 이 법안을 상임위에서 표결처리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적어도 이 법안에 관해서는,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성의 있게 협상했고, 야당이 노골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는 데 정치적 부담을 크게 느낄만한 상황을 미리 만들어둔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 : 경험을 일반화하는 데는 오류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도 그런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국정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권력자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타인과 잘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이라는 저의 소견이 오류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2009년에는 대통령부터 초등학생까지 국민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