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색깔

문학이야기|2009. 4. 9. 06:04



소년은 지렁이들이 무서운 마당가 토란밭에다가 쉬를 합니다.
밤새 이슬에 젖은 토란잎 위에서 오줌은 더운 진주 구슬이 되어
또르륵 구릅니다.
척척한 땅바닥에서 붉은 댕기 같은 지렁이들이 뜨겁다는 양
몸을 꾸물거립니다.
개숫물을 부으러 나온 누이가 소년의 꼭뒤를 콕 쥐어박습니다.

"지렁이가 고추 따 묵는다."

토란밭에서 일을 볼 때마다 소년의 할머니가 하던 말을
누이는 그대로 옮겨 놓습니다.
누이 저도 지난해까지 이 토란밭에다가 쉬를 했으면서 말입니다.

"작은 시엄씨!"

소년은 입을 날름거려 약을 올립니다.
희한하게도 다른 날 같으면 한 번 더 알밤을 줄 누이가
그대로 돌아섭니다.
밤새 배앓이를 한 누이는 수척해져 있습니다.
누이는 중학생이 된 뒤로 아주 어른 행세를 하려고 듭니다.
소년과 어우러져 목을 비틀고 씨름을 할 때가
오히려 누이다웠습니다,
지렁이를 발로 비벼 죽이던 그 짖궂은 가시내가
이제는 순 겁쟁이가 되어 지렁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합니다.
선머슴아이처럼

"자, 내 알통 좀 봐"

하고 팔을 걷어붙이던 그 무쇠 솥뚜껑같이 단단하던 누이가
이제는 한 달이 멀다하고 시름시름 배앓이를 합니다.
아침 밥상을 물리자 누이는 조용히 소년을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쪽지를 손에 꼭 쥐어줍니다.
누이가 알려주지 않아도 소년은 무슨 심부름인 줄 압니다.
고개너머 읍내의 양품점에를 다녀오라는 것이지요.
누이가 배앓이를 할 때마다 하는 심부름입니다.
쪽지에는 소년이 모를 꼬부랑 영어가 쓰여 있지만,
소년은 그 물건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종이 기저귀지요.

처음 누이가 배앓이를 할 때
소년의 어머니는 빨랫줄에 하얀 기저귀를 널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랑스러워했지만 누이는 창피한 눈치였습니다.
소년은 누이에게 오줌싸개라고 놀렸습니다.
괜히 놀린 모양입니다.
누이는 종이 기저귀로 바꾸고,
그 심부름은 소년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누이의 심부름은 아버지의 담배 심부름에 비하면
아주 쉬운 편입니다.
아버지는 '환희'라는 담배를 애용하는데, 아무래도
그 '환희'라는 낱말이 소년의 입에는 익지 않습니다.
'솔'이나 '거북선', '도라지' 같은 이름이라면
외우지 않아도 척 사올텐데,
'환희'는 입에서 굴리며 가지 않으면 까먹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동구에서 동네어른을 만나 꾸벅 인사를 하거나
고갯마루에서 꿩이라도 푸드득 날아가면 잊고 말지요.
그래서 아버지의 심부름은 늘 조마조마하답니다.
그런데 누이의 심부름은 아주 간단합니다.
양품점에 가서 쪽지를 내밀면 주인 아주머니는

"누나가 보냈구나?"

하고 딱 한 마디만 묻고 신문지에 그것을 정성스럽게 싸서
소년에게 들려줍니다.
참 신통합니다.
쪽지만 보고도 누구의 심부름인 줄 아니 말입니다.



읍으로 가는 고갯마루는 무서운 곳입니다.
예전에는 여우가 나타나곤 했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산신각이 있고 무당 집이 있고 그리고 폐병을 앓는
소년의 오촌당숙의 집이 있어 소년은 무섭답니다.
오촌당숙의 시렁에는 붉은 표지의 '삼국지'가
스무 권도 넘게 있답니다만, 가족은 없답니다.
당숙모는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앓은 당숙은 이제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뱀도 한 솥은 더 되게 삶아먹었고 땅에서 굼뱅이도 집어먹는답니다.

소년은 당숙의 집앞을 지날 때마다 겁이 납니다.
당숙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를 할 정도입니다.
오촌당숙의 집 울타리는 사철나무로 두르고 있습니다.
당숙이 아프기 전에는 소년은 그 집 아이들과 함께 동전처럼
둥근 사철나무의 이파리를 따서 기차타는 놀이를 했습니다.

"서울까지 데려가 주세요.
서른 장 내세요.
부산까지 데려가 주세요.
스무 장 내세요.
백두산까지 데려가 주세요.
거기는 못 갑니다.
빨갱이들이 지키고 있거든요.

달나라까지 데려다 주세요.
이백 장 주세요.
거기는 토끼들이 돈을 먹고산답니다...."


사철나무 울타리는 새순이 돋아 온통 비릿한 연둣빛입니다.
울타리에는 햇볕이 듬뿍 내려와 있습니다.
소년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볕이 당숙집 울타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듯합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어떻게 괴물 같은 사람이 사는 집이 이토록 따뜻해 보일 수 있을까요?
어느 새 소년의 가슴엔 두려움은 사라지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듭니다.
소년은 어머니의 젖무덤 내음과 흡사한 비릿한 내음에 취해
그 집 사철나무 울타리 앞에서 심부름도 잊은 채 오랫동안 머무릅니다.
연둣빛은 소년의 몸에까지 스며든 듯합니다.

"애야!"

어디선가 불쑥 소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소년은 깜짝 놀랍니다.
그곳은 사철나무 울타리 옆 장독대입니다.
거멓게 마른 오촌당숙이 옹기에 등을 기댄 채
밥그릇을 내밀고 있는 게 아닙니까!

"어머니에게 밥 한 그릇만 얻어다 다오."

그이는 숨도 쉬기 버겁다는 듯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내놓습니다.
소년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지 지금 심 심부름 가요. 이따 다녀와서 갖다 드릴게요."
"그러렴. 명심해다오."

오촌당숙은 삭정이 같은 팔을 거두어 밥그릇을 땅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소년은

"네"

하곤 한 달음에 고갯길로 내삡니다.
심부름을 다녀온 소년은 동무들과 소를 몰고 들로 나갔습니다.
삐리를 뽑아 씹으며 하늘을 나는 제비를 보며 맴을 돌았습니다.
해가 짧아 원망스러울 정도로 소년은 봄볕 속을 뛰어다녔습니다.

이튿날 아침. 오촌당숙의 부음이 전해졌을 때야
소년은 당숙이 내밀던 밥그릇을 떠올렸습니다.
오촌당숙의 연둣빛 울타리 너머에서는
울긋불긋한 꽃상여가 너울거렸습니다.
여전히 볕은 그 연둣빛에 머무르는데
더 이상 비릿하고 따뜻한 내음은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행여 자신의 몸에 남아 있을 그 연둣빛을 지워내려고
엉엉 울면서 바람도 없는 길을 뛰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문지를 똘똘 말아 화장실로 가던 누이가 깜짝 놀라워했습니다.
소년은 누이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누이의 품도 연둣빛 새순이 돋는지 비릿한 내음이 났습니다.
소년은 어른이 된대도 그 연둣빛이 가슴에서 쉬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전성태씨의 '봄의 색깔'이란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단편소설입니다.

댓글()

봄의 색깔

문학이야기|2009. 4. 9. 06:04



소년은 지렁이들이 무서운 마당가 토란밭에다가 쉬를 합니다.
밤새 이슬에 젖은 토란잎 위에서 오줌은 더운 진주 구슬이 되어
또르륵 구릅니다.
척척한 땅바닥에서 붉은 댕기 같은 지렁이들이 뜨겁다는 양
몸을 꾸물거립니다.
개숫물을 부으러 나온 누이가 소년의 꼭뒤를 콕 쥐어박습니다.

"지렁이가 고추 따 묵는다."

토란밭에서 일을 볼 때마다 소년의 할머니가 하던 말을
누이는 그대로 옮겨 놓습니다.
누이 저도 지난해까지 이 토란밭에다가 쉬를 했으면서 말입니다.

"작은 시엄씨!"

소년은 입을 날름거려 약을 올립니다.
희한하게도 다른 날 같으면 한 번 더 알밤을 줄 누이가
그대로 돌아섭니다.
밤새 배앓이를 한 누이는 수척해져 있습니다.
누이는 중학생이 된 뒤로 아주 어른 행세를 하려고 듭니다.
소년과 어우러져 목을 비틀고 씨름을 할 때가
오히려 누이다웠습니다,
지렁이를 발로 비벼 죽이던 그 짖궂은 가시내가
이제는 순 겁쟁이가 되어 지렁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합니다.
선머슴아이처럼

"자, 내 알통 좀 봐"

하고 팔을 걷어붙이던 그 무쇠 솥뚜껑같이 단단하던 누이가
이제는 한 달이 멀다하고 시름시름 배앓이를 합니다.
아침 밥상을 물리자 누이는 조용히 소년을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쪽지를 손에 꼭 쥐어줍니다.
누이가 알려주지 않아도 소년은 무슨 심부름인 줄 압니다.
고개너머 읍내의 양품점에를 다녀오라는 것이지요.
누이가 배앓이를 할 때마다 하는 심부름입니다.
쪽지에는 소년이 모를 꼬부랑 영어가 쓰여 있지만,
소년은 그 물건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종이 기저귀지요.

처음 누이가 배앓이를 할 때
소년의 어머니는 빨랫줄에 하얀 기저귀를 널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랑스러워했지만 누이는 창피한 눈치였습니다.
소년은 누이에게 오줌싸개라고 놀렸습니다.
괜히 놀린 모양입니다.
누이는 종이 기저귀로 바꾸고,
그 심부름은 소년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누이의 심부름은 아버지의 담배 심부름에 비하면
아주 쉬운 편입니다.
아버지는 '환희'라는 담배를 애용하는데, 아무래도
그 '환희'라는 낱말이 소년의 입에는 익지 않습니다.
'솔'이나 '거북선', '도라지' 같은 이름이라면
외우지 않아도 척 사올텐데,
'환희'는 입에서 굴리며 가지 않으면 까먹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동구에서 동네어른을 만나 꾸벅 인사를 하거나
고갯마루에서 꿩이라도 푸드득 날아가면 잊고 말지요.
그래서 아버지의 심부름은 늘 조마조마하답니다.
그런데 누이의 심부름은 아주 간단합니다.
양품점에 가서 쪽지를 내밀면 주인 아주머니는

"누나가 보냈구나?"

하고 딱 한 마디만 묻고 신문지에 그것을 정성스럽게 싸서
소년에게 들려줍니다.
참 신통합니다.
쪽지만 보고도 누구의 심부름인 줄 아니 말입니다.



읍으로 가는 고갯마루는 무서운 곳입니다.
예전에는 여우가 나타나곤 했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산신각이 있고 무당 집이 있고 그리고 폐병을 앓는
소년의 오촌당숙의 집이 있어 소년은 무섭답니다.
오촌당숙의 시렁에는 붉은 표지의 '삼국지'가
스무 권도 넘게 있답니다만, 가족은 없답니다.
당숙모는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앓은 당숙은 이제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뱀도 한 솥은 더 되게 삶아먹었고 땅에서 굼뱅이도 집어먹는답니다.

소년은 당숙의 집앞을 지날 때마다 겁이 납니다.
당숙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를 할 정도입니다.
오촌당숙의 집 울타리는 사철나무로 두르고 있습니다.
당숙이 아프기 전에는 소년은 그 집 아이들과 함께 동전처럼
둥근 사철나무의 이파리를 따서 기차타는 놀이를 했습니다.

"서울까지 데려가 주세요.
서른 장 내세요.
부산까지 데려가 주세요.
스무 장 내세요.
백두산까지 데려가 주세요.
거기는 못 갑니다.
빨갱이들이 지키고 있거든요.

달나라까지 데려다 주세요.
이백 장 주세요.
거기는 토끼들이 돈을 먹고산답니다...."


사철나무 울타리는 새순이 돋아 온통 비릿한 연둣빛입니다.
울타리에는 햇볕이 듬뿍 내려와 있습니다.
소년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볕이 당숙집 울타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듯합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어떻게 괴물 같은 사람이 사는 집이 이토록 따뜻해 보일 수 있을까요?
어느 새 소년의 가슴엔 두려움은 사라지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듭니다.
소년은 어머니의 젖무덤 내음과 흡사한 비릿한 내음에 취해
그 집 사철나무 울타리 앞에서 심부름도 잊은 채 오랫동안 머무릅니다.
연둣빛은 소년의 몸에까지 스며든 듯합니다.

"애야!"

어디선가 불쑥 소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소년은 깜짝 놀랍니다.
그곳은 사철나무 울타리 옆 장독대입니다.
거멓게 마른 오촌당숙이 옹기에 등을 기댄 채
밥그릇을 내밀고 있는 게 아닙니까!

"어머니에게 밥 한 그릇만 얻어다 다오."

그이는 숨도 쉬기 버겁다는 듯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내놓습니다.
소년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지 지금 심 심부름 가요. 이따 다녀와서 갖다 드릴게요."
"그러렴. 명심해다오."

오촌당숙은 삭정이 같은 팔을 거두어 밥그릇을 땅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소년은

"네"

하곤 한 달음에 고갯길로 내삡니다.
심부름을 다녀온 소년은 동무들과 소를 몰고 들로 나갔습니다.
삐리를 뽑아 씹으며 하늘을 나는 제비를 보며 맴을 돌았습니다.
해가 짧아 원망스러울 정도로 소년은 봄볕 속을 뛰어다녔습니다.

이튿날 아침. 오촌당숙의 부음이 전해졌을 때야
소년은 당숙이 내밀던 밥그릇을 떠올렸습니다.
오촌당숙의 연둣빛 울타리 너머에서는
울긋불긋한 꽃상여가 너울거렸습니다.
여전히 볕은 그 연둣빛에 머무르는데
더 이상 비릿하고 따뜻한 내음은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행여 자신의 몸에 남아 있을 그 연둣빛을 지워내려고
엉엉 울면서 바람도 없는 길을 뛰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문지를 똘똘 말아 화장실로 가던 누이가 깜짝 놀라워했습니다.
소년은 누이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누이의 품도 연둣빛 새순이 돋는지 비릿한 내음이 났습니다.
소년은 어른이 된대도 그 연둣빛이 가슴에서 쉬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전성태씨의 '봄의 색깔'이란
한 폭의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단편소설입니다.

댓글()

봄의 길목에서

문학이야기|2009. 3. 31. 06:32
Spring Love
Spring Love by Pabo76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봄의 길목에서



황량한 마음을 휘돌은
바람같은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겨우내
심한 열병을 앓은 외로움이
몇 겹을 껴아입은 마음의 껍질을 뚫고
머쓱
머리를 들이밀고 나옵니다.

이제 다시 일어설 기운을 차려야 할 때입니다.

겨울을 버티지 못한 자와 이겨낸 자의
얄궂은 운명의 농간도 이제
봄 앞에서는 발가벗은 하나입니다.

겨울이면 누구나의
가슴 속을 지나간
수많은 바람, 바람들...

이제
내 자리로 돌아와
따스한 온기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봄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란 이름으로..  (0) 2009.04.04
아버지란 이름으로..  (0) 2009.04.04
3월은  (0) 2009.03.31
보이지 않나요? 지천으로 널린 행복  (0) 2009.03.08
보이지 않나요? 지천으로 널린 행복  (0) 2009.03.08

댓글()

3월은

문학이야기|2009. 3. 31. 06: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3월은


                      이팝나무



    겨울을 한 그릇 퍼온
    3월의 관문은
    따뜻하리라는 노곤한 예상을
    일순 부끄럽게 한다.


    책갈피에 고이 끼워둔 추억을 꺼내
    '그렇게 사랑하였노라'
    말 하리라던 다짐도
    아직 머뭇거려진다.


    겨울이 배여 있는 초록 향기가
    비집고 꿈틀거릴 앞산 숲에서
    구름을 타고 바람에 실려
    코 앞에서 산들거린다.


    아마 어느 곳에서나
    봄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리리라
    3월은...


    [作家後記]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동장군이 그 마지막을 장렬히 알리고 봄 앞에 쓰러질려고 합니다 .
    지난 겨울....
    참 많이 마음이 시려웠습니다.
    그러나 무릎 앞에 서 있는 봄......봄 앞에서 다시..
    기운을 추스리고 옷매무시합니다.

    다시 어깨를 펴고 활기찬 시작을 위하여
    모든 이에게
    나마스떼~~~~!!!
    ...................................
    나마스떼(Namaste) : 인도의 인사말. 간단히 하면, 안녕하세요.
     뜻풀이(?)를 하자면 : 당신에게 깃들어 있는 신께 문안드립니다.
     좀 더 유하게 풀면   :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영상자료]붓다의 자취를 찾아서 / 나마스떼 인디아


     

     






'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란 이름으로..  (0) 2009.04.04
봄의 길목에서  (0) 2009.03.31
보이지 않나요? 지천으로 널린 행복  (0) 2009.03.08
보이지 않나요? 지천으로 널린 행복  (0) 2009.03.08
떡고물  (0) 2008.12.13

댓글()

봄바람과 함께 나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용한정보|2008. 3. 7. 09: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마다 나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매화꽃이 피고 산수유가 뒤따라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제 마음속에 봄빛이 들기 시작했었지요.


 ‘나는 오늘 좀 달려야겠다.’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문구지요. 봄소식을 들은 두 발이 그랬습니다. 오는 봄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두 발로 달려가 안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봄과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은 역시 남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땅의 해토머리(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 풍경을 찾아 내처 달려보리라 작정했습니다. 화신(花信)에 접한 섬진강을 지나 곧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열 전남 고흥반도의 나로도까지. 이 땅 끝에서 맞는 봄 풍경은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섬진강은 언제봐도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모습이지요. 봄의 전령 자리를 두고 공명을 다툴 산수유, 매화 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그 강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잠시 섬진강을 떠난 참게 자리는 경칩을 맞아 뛰쳐나온 두꺼비들 차지였습니다. 재첩이며 벚굴 등도 봄의 약동을 시작했지요. 사람 손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하동에서 곡성에 이르는 동안 아직은 찬 섬진강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강이 준 선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 ▲ 섬진강가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
    3월의 초입,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자락에도 새봄이 찾아들었다. 고봉엔 아직 흰눈을 이고 있지만 양지바른 골짜기, 그리고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언덕배기에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이즈음 지리산자락의 대표적 봄맞이 테마로는 '매화'와 '고로쇠'. 대자연의 봄 잔치를 시각, 미각, 후각 등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대표 전령사에 다름없습니다. 고혹한 향훈을 발산하는 매화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와 광양매화마을주변에서 탐스러운 꽃망울을 다투어 터뜨리고 있습니다.

    또 산골의 봄기운을 통째로 전하는 '고로쇠'는 피아골, 화엄사계곡 등 지리산 깊은 골에서 밤낮으로 달달한 수액을 토해냅니다.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섬진강 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보았는지요' -김용택-

    거제도, 오동도 등 남녘의 주요 섬을 선홍빛 동백꽃으로 물들인 봄의 화신은 3월에 접어들며 섬진강변으로 북상한다. 그중 첫 작품이 매화. 앙증 맞은 꽃잎과 꽃술에 고혹한 향훈이 압권입니다.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기 전 부지런히 피어나 그 청초한 아름다움이 단연 돋보입니다.

    차창 속으로 파고드는 상큼한 강바람에 취해 광양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 나선다. 이 마을의 매화는 2월말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매화마을'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1920년대부터 마을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 이제는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습니다.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 농원이라기보다는 꽃동산에 더 가까울 만큼 4계절 풍치가 빼어납니다. 때문에 '취화선' 등 주요 영화촬영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평생 매화를 키우며 살아온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여사(65)의 땀과 얼이 밴 공간입니다. 매화꽃의 자태 못지않게 매화나무를 '딸'이라 부르는 농장주 홍여사의 매화사랑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사치도 몰라 10년 넘게 써서 뚜껑이 다 날아간 밀짚모자도 트레이드마크. 하지만 눌러 쓴 모자 아래 비치는 환하고 인자한 미소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농부의 모습입니다. 홍여사는 올 봄 유난히 빠른 꽃소식을 윤달과 따뜻한 날씨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래 윤달이 낀 다음해에는 꽃이 빨리 피는 데다 유독 고와, 올 봄 매화의 자태가 볼만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하동에서 광양으로 넘어 가는 2번 국도변에 위치한 조그마한 찻집입니다
    섬진강을 건너  옥곡으로 1KM 가다보면 왼쪽에 있는데
    섬진강과 하동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찻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할수 있는곳입니다


    찻집 정문에서 바라본모습

    "산마루 그리워"라는 찻집입니다. 분위기를 즐기면서 차마시면 참 좋아요. 점심때는 녹차수제비가 일품입니다.



    섬진강 철교가 보이네요

    옛날에는 비둘기호가 다녔는데 지금은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다니나?
    안타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하동읍내

    푸른 송림과 하얀 백사장이 너무 아름답죠

    여름되면 많은 관광객이 찿는데 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 합니다

    강바닥이 고르지 못해 수온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산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악양 평사리가 나오고 좀더 가면 화개장터다 나옵니다

    아름다운 경치 마음껏 즐기시길.....



    △매화축제=매화마을에서 8일부터 16일까지 '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매화 특유의 멋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체험행사 위주로 펼쳐진다.
    문의 광양시청(061)797-2114. 청매실농원(061)772-4066

    △가는길=경부선은 대전~통영고속도로 이용해 가다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 진입, 하동읍 지나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된다. 호남선은 전주나들목을 나와 전주~임실~남원~구례 거쳐 하동 화개마을에서 남도대교 건너 좌회전해 16㎞정도 가면 된다.

    △주변볼거리=섬진강변 절벽위에 자리한 무등암은 신비롭다. 대형 부처상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 풍경이 압권. 매화마을에서 다리만 건너면 경남 하동. 소설 토지의 무대와 화개장터, 차 시배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 댓글()

    봄바람과 함께 나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용한정보|2008. 3. 7. 09: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마다 나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매화꽃이 피고 산수유가 뒤따라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제 마음속에 봄빛이 들기 시작했었지요.


     ‘나는 오늘 좀 달려야겠다.’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문구지요. 봄소식을 들은 두 발이 그랬습니다. 오는 봄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두 발로 달려가 안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봄과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은 역시 남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땅의 해토머리(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 풍경을 찾아 내처 달려보리라 작정했습니다. 화신(花信)에 접한 섬진강을 지나 곧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열 전남 고흥반도의 나로도까지. 이 땅 끝에서 맞는 봄 풍경은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섬진강은 언제봐도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모습이지요. 봄의 전령 자리를 두고 공명을 다툴 산수유, 매화 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그 강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잠시 섬진강을 떠난 참게 자리는 경칩을 맞아 뛰쳐나온 두꺼비들 차지였습니다. 재첩이며 벚굴 등도 봄의 약동을 시작했지요. 사람 손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하동에서 곡성에 이르는 동안 아직은 찬 섬진강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강이 준 선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 ▲ 섬진강가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
    3월의 초입,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자락에도 새봄이 찾아들었다. 고봉엔 아직 흰눈을 이고 있지만 양지바른 골짜기, 그리고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언덕배기에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이즈음 지리산자락의 대표적 봄맞이 테마로는 '매화'와 '고로쇠'. 대자연의 봄 잔치를 시각, 미각, 후각 등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대표 전령사에 다름없습니다. 고혹한 향훈을 발산하는 매화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와 광양매화마을주변에서 탐스러운 꽃망울을 다투어 터뜨리고 있습니다.

    또 산골의 봄기운을 통째로 전하는 '고로쇠'는 피아골, 화엄사계곡 등 지리산 깊은 골에서 밤낮으로 달달한 수액을 토해냅니다.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섬진강 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보았는지요' -김용택-

    거제도, 오동도 등 남녘의 주요 섬을 선홍빛 동백꽃으로 물들인 봄의 화신은 3월에 접어들며 섬진강변으로 북상한다. 그중 첫 작품이 매화. 앙증 맞은 꽃잎과 꽃술에 고혹한 향훈이 압권입니다.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기 전 부지런히 피어나 그 청초한 아름다움이 단연 돋보입니다.

    차창 속으로 파고드는 상큼한 강바람에 취해 광양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 나선다. 이 마을의 매화는 2월말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매화마을'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1920년대부터 마을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 이제는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습니다.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 농원이라기보다는 꽃동산에 더 가까울 만큼 4계절 풍치가 빼어납니다. 때문에 '취화선' 등 주요 영화촬영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평생 매화를 키우며 살아온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여사(65)의 땀과 얼이 밴 공간입니다. 매화꽃의 자태 못지않게 매화나무를 '딸'이라 부르는 농장주 홍여사의 매화사랑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사치도 몰라 10년 넘게 써서 뚜껑이 다 날아간 밀짚모자도 트레이드마크. 하지만 눌러 쓴 모자 아래 비치는 환하고 인자한 미소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농부의 모습입니다. 홍여사는 올 봄 유난히 빠른 꽃소식을 윤달과 따뜻한 날씨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래 윤달이 낀 다음해에는 꽃이 빨리 피는 데다 유독 고와, 올 봄 매화의 자태가 볼만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하동에서 광양으로 넘어 가는 2번 국도변에 위치한 조그마한 찻집입니다
    섬진강을 건너  옥곡으로 1KM 가다보면 왼쪽에 있는데
    섬진강과 하동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찻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할수 있는곳입니다


    찻집 정문에서 바라본모습

    "산마루 그리워"라는 찻집입니다. 분위기를 즐기면서 차마시면 참 좋아요. 점심때는 녹차수제비가 일품입니다.



    섬진강 철교가 보이네요

    옛날에는 비둘기호가 다녔는데 지금은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다니나?
    안타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하동읍내

    푸른 송림과 하얀 백사장이 너무 아름답죠

    여름되면 많은 관광객이 찿는데 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 합니다

    강바닥이 고르지 못해 수온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산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악양 평사리가 나오고 좀더 가면 화개장터다 나옵니다

    아름다운 경치 마음껏 즐기시길.....



    △매화축제=매화마을에서 8일부터 16일까지 '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매화 특유의 멋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체험행사 위주로 펼쳐진다.
    문의 광양시청(061)797-2114. 청매실농원(061)772-4066

    △가는길=경부선은 대전~통영고속도로 이용해 가다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 진입, 하동읍 지나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된다. 호남선은 전주나들목을 나와 전주~임실~남원~구례 거쳐 하동 화개마을에서 남도대교 건너 좌회전해 16㎞정도 가면 된다.

    △주변볼거리=섬진강변 절벽위에 자리한 무등암은 신비롭다. 대형 부처상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 풍경이 압권. 매화마을에서 다리만 건너면 경남 하동. 소설 토지의 무대와 화개장터, 차 시배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 댓글()

    바로 지금이.....

    시사이야기|2008. 2. 16. 08:21

     

    연말,연초를 지나서 새해...
    그리고 설날을 지나고...
    지난 아쉬움과 섣부른 희망이 현재를 어지럽힐 수가 있는 때입니다.


    아직도 못다한 모임들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 여파에 파묻혀 계십니까?


    어제 市內가 발 아래 널려 있는 산 정상에서
    크게 심호흡하며 맘껏 외쳐 보곤 명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동장군이 그 살기를 누그러지지 않고 있지만
    곧 봄이 오고 말것임을...
    우린 알고 있다

    이제
    출발선에서 선 육상선수의 경건한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캐논 변주곡 中
    'How where when' - Cleo Laine & James Galway

    댓글()

    바로 지금이.....

    시사이야기|2008. 2. 16. 08:21

     

    연말,연초를 지나서 새해...
    그리고 설날을 지나고...
    지난 아쉬움과 섣부른 희망이 현재를 어지럽힐 수가 있는 때입니다.


    아직도 못다한 모임들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 여파에 파묻혀 계십니까?


    어제 市內가 발 아래 널려 있는 산 정상에서
    크게 심호흡하며 맘껏 외쳐 보곤 명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동장군이 그 살기를 누그러지지 않고 있지만
    곧 봄이 오고 말것임을...
    우린 알고 있다

    이제
    출발선에서 선 육상선수의 경건한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캐논 변주곡 中
    'How where when' - Cleo Laine & James Galwa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