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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 63회 칸영화제(2010) 경쟁부문 후보

유용한정보|2010. 5. 22. 03:21
영화 '시' 63회 칸영화제(2010) 경쟁부문 후보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
‘시’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렌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극중에서 미자(윤정희)가 쓴 시인데, 실제로는 이창동 감독이 썼다고 합니다.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볼 수 있기를





시
  • 감독 : 이창동
  • 세상을 향한 그녀의 작은 외침
    ‘시’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더보기
 

  
[ INTRO ]

아시다시피 이제 시(詩)가 죽어가는 시대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고, “시 같은 건 죽어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사람도 있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영화가 죽어가는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감독 이창동




[ DIRECTOR ]

<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
그의 울림은 센세이션이 된다
감독 이창동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서민들의 아픔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이창동 감독.
그가 그려내는 인물의 고통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아니 더 아프고 힘들게 전해진다
하지만 그 아픔들을 다시 들여다 보면 놀랍게도 일상적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는 일이 가장 힘든 시련이라 생각한다. 그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의 영화는 고통스럽지만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그의 다섯 번째 작품 <시>가 완성 되었다
왜 <시>인가? 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답한다.
경제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일상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우리 삶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시는 무엇인가’는 곧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같다고.

그의 속 깊은 곳에서 숙성시켜온 오랜 질문.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대신해서 표현해 주고 싶다는 이창동 감독. 그러기에 영화 <시>는 그 어떤 작품보다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 ABOUT CHARACTER ]

비웠기에 채울 수 있었던,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가 말하는 ‘미자’

처음에 그들이 생각한 미자는 서로 조금 달랐다고 한다. 이창동 감독이 만들어낸 미자와 윤정희가 그리려고 한 미자. 그러나 촬영이 시작된 순간, 미자는 하나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윤정희는 자신의 역할이 본명과 동일한 ‘미자’라는 것에 놀랐고, 이창동 감독은 <시>를 위해 미자가 아닌 다른 이름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윤정희의 남편인 백건우는 말한다. 미자가 어쩜 이리도 윤정희와 닮았느냐고…

‘미자’는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60대의 나이지만 소녀 같은 순수함을 가진 미자. 그러나 그 내면에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이가 숨어 있다.

이창동 감독은 그 동안 너무도 많은 작품 활동으로 본인만의 연기 스타일을 형성해온 윤정희이기에 그런 미자 연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윤정희란 배우는 마음이 열려 있어, 자기 본연의 것을 버린다는 것에 대한 저항이 없었다고 말한다.

속으로는 강하고 어떤 절절함을 품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 모습. 이것이 이창동 감독이 말하는 윤정희와 미자의 닮은 점이다.

윤정희 또한 미자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백지 상태가 되어 이창동 감독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윤정희는 타고난 순수함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슴속으로 삼키는 ‘미자’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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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사랑 - 김용택

문학이야기|2008. 2. 23. 23:34

    김용택의 [사랑]


    깔끔한 대사와 아름다운 영상, 몽환적인 분위기, 그리고 멋진 두 남녀 배우..
    몇년전에 이정향 감독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기억하세요?


    거기,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변심한 옛애인을 잊지 못하고 그녀의 집을 찾은 휴가 나온 군인인 남자.
    이제는 여자의 집이 되어버린 옛애인의 집에서 어정쩡하게 여자에게 얹혀 지내면서 옛여인의 흔적을 지우지 못해 가슴 아파하고 있을 때, 사랑은 '바라보기'라고 생각하는,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여자가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어떤 시를 읊어주지요.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멋지지 않니? 라고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여자의 말을 가로지르면서 남자는 창가로 갑니다. 그리고, 사랑은 '육체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또르르..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이 시의 앞부분을 들으면서 '크게' 감동을 받았던 저는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뒤져 이 시를 외울 때까지 여러 번 읽고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때, 저는 아픈 사랑의 경험을 했었나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는, 모든 다른 일상사가 그렇듯이 자신의 체험과 맞닿는 고리를 발견하게 될 때,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사랑의 아픔을 보다 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자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지요.
    가슴이 아팠던, 그러나 많은 추억과 여운을 남겨주었던 첫사랑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사 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댓글()

사랑 - 김용택

문학이야기|2008. 2. 23. 23:34

    김용택의 [사랑]


    깔끔한 대사와 아름다운 영상, 몽환적인 분위기, 그리고 멋진 두 남녀 배우..
    몇년전에 이정향 감독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기억하세요?

    거기,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변심한 옛애인을 잊지 못하고 그녀의 집을 찾은 휴가 나온 군인인 남자.
    이제는 여자의 집이 되어버린 옛애인의 집에서 어정쩡하게 여자에게 얹혀 지내면서 옛여인의 흔적을 지우지 못해 가슴 아파하고 있을 때, 사랑은 '바라보기'라고 생각하는,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여자가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어떤 시를 읊어주지요.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멋지지 않니? 라고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여자의 말을 가로지르면서 남자는 창가로 갑니다. 그리고, 사랑은 '육체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또르르..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이 시의 앞부분을 들으면서 '크게' 감동을 받았던 저는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뒤져 이 시를 외울 때까지 여러 번 읽고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때, 저는 아픈 사랑의 경험을 했었나봅니다.


    시는, 모든 다른 일상사가 그렇듯이 자신의 체험과 맞닿는 고리를 발견하게 될 때,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사랑의 아픔을 보다 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자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지요.
    가슴이 아팠던, 그러나 많은 추억과 여운을 남겨주었던 첫사랑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사 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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