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서고 있다.
자발적으로 울분을 토해내며 촛불을 들었다.
그러니 나서지 마라.
깃발들은 죄다 내려라.
인물들은 죄다 모습을 감춰라.
그렇게, 나서지 마라.
깃발들과 인물들은 그저 방패가 되어 주고
아이들의 깔개가 되어주는 거다.
그렇게, 나서지 마라.
아이들이 '참여'를 알았다.
아이들이 '공동체'를 알았다.
아이들이 '변화'를 알았다.
오로지 이 아이들이 그 기쁨과 가슴 뜨거운 심장의 울림을 스스로 느끼도록 하라.
깃발과 인물들은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게 밥이 되어 주어라.
깃발과 인물들은 아이들이 춥지 않게 이불이 되어 주어라.
그렇게 깃발과 인물들은 나서지 마라.
아이들 스스로 이 땅을 딛게 하라. 아이들 스스로 외치게 하라.
아이들이 주연 되도록 깃발과 인물들은 그들을 밝게 비추는 조명이 되라.
난 너희들의 얼굴만 보아도 울컥한다.
하지만, 나 또한 건방지게 너희를 가르친답시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만약에라도 저 탐욕협동조합의 곤봉이 너희들을 향해 내려쳐 진다면
난 그때 너희를 감싸 안기 위해 나설 것이다.
그렇게 난 내 아들 딸들을 위해 늘 졸인 마음으로 너희를 뒤에서 지킬 것이다.
이 지경이 된 나라를 너희들에게 남겨주어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 해질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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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 모여라
웃는 밥을 먹고 싶다
꿈꾸는 밥을 먹고 싶다
삶의 최초이자 최후인 밥상 앞에
내 생명이 불안하다
미친 소가 밥상을 짓밟고
이 나라 밥상을 갈라 놓는다
부자들의 안전한 밥상과
우리들의 병든 밥상으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풀꽃 같은 우리의 삶과
푸른 오월의 우리 아이들을
미친 소처럼 몰아내는 시대
아이들이 무슨 죄냐
대지에서 자란 우리 말이 아닌 영어부터 먹고
사랑과 우애가 아닌 성적을 먼저 먹고
자기만의 꿈이 아닌 경쟁을 먼저 먹고
돈만 보고 끝도 없이 달려가라 한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미친 소를 타고 달리는
앞이 없는 미래는 끝나야 한다
나는 살고 싶다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 이제 더는 부끄럽게 살지 않으리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 앞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리
이 작은 촛불을 밝혀 들고
미친 소를 넘어 대운하를 넘어
끝없는 불안과 절망을 넘어
한 걸음 더 희망 쪽으로 손잡고 나아가리
촛불아 모여라
촛불아 모여라
시인 박 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