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Sicko)'의 눈물

시사이야기|2008. 4. 14. 07:26
돈없는 환자에게 미국은 지옥 건강보험 문제 남의 일 아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의사들이 실직하고 있어요. 의술을 펼칠 기회도 없습니다." 스크린이 열리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설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나 의술을 펼칠 기회를 잃은 것은 의사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환자들이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해 건강과 생명을 지킬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실직한 사람도 그들이 아니다. 막대한 병원비를 대느라 파산한 환자들이다. 총선 기간 국내 개봉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 이야기다.

릭은 나무를 자르다 전기톱에 중지와 약지가 잘렸다. 병원에서는 접합하는데 중지 6만 달러, 약지 1만2000달러라는 견적을 내놨다. 돈이 없는 릭은 '상대적으로 값싼' 약지를 선택하고, 중지는 포기했다. '백수' 애덤은 집에서 찢어진 무릎 상처를 직접 꿰맨다. 10바늘이 넘는다. 바느질 솜씨가 많이 해본 듯 능숙하다. 미국 인구 3억 명 중 5000만 명이 의료보험이 없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보험사들은 수천 가지 병명과 이유를 들어 시쳇말로 '돈이 안되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보험가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험에 든 나머지 사람은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보험회사는 환자 치료거부 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보너스와 승진을 베푼다. 청부업자는 보험 계약서의 허점과 피보험자의 과거 병력을 들춰내 보험금 지급 기대에 부푼 환자의 목줄을 저승사자처럼 죈다.

교통사고를 당한 로라는 앰뷸런스 비용을 직접 물어야 했다. 사전에 보험회사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거다. 로라는 분노에 차서 묻는다. "내가 언제 물어봐야 하나요. 정신을 잃고 앰뷸런스에 실려가기 전에, 아니면 실려가면서?" 22살의 아드리안은 경부암 치료를 거부당했다. 보험사의 이유는 이렇다. "22살은 경부암에 걸리기에는 너무 젊다!"

세계 의료보건순위 37위, 한 해 1만8000명이 보험이 없어 사망하는 나라, 영국 캐나다 프랑스보다 평균수명이 짧고 쿠바보다 영아사망률이 높다는 나라, 미국의 지옥 같은 보건의료제도를 이야기하려고 영화 내용을 길게 소개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일이 우리나라에도 닥칠 것 같은 염려에서다. 이명박 정부의 수상한 움직임 때문이다. 더구나 총선을 통해 국회까지 장악했으니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로 시끌벅적한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위한 공·사보험 정보 공유 등 세부안을 마련해 올해 관련 법 개정을 마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법제처도 시민사회가 '영리병원 도입 전단계'로 인식해 반대하는 '의료채권발행에 관한 법률'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할 주요법안으로 보고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침묵하고 있는데 외곽 부처들이 나서는 형국이다. '교묘하게 외곽을 때리는' 것 같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대선 앞뒤로 이명박 후보 또는 당선자가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거나 "보건의료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폐지하겠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얼까. 아프면 집앞 개인병원이건, 길 건너편의 종합병원이건, 먼 곳의 대학병원이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제도 덕이다. 그런데 당연지정제가 '임의지정제'로 바뀌면 병원들은 '쥐꼬리만한 보험료'를 내고 부자들하고 똑같은 의료혜택을 누리는 가난한 환자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부자들은 건강보험에서 대거 민영의료보험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건강보험은 재정악화로 의료보장 범위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계획대로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환자들의 질병통계자료까지 민영보험회사에 넘겨주면 그들은 미국처럼 환자들의 치료비 지불을 거부할 칼자루를 쥐게 된다.

극단적인 시나리오 같은가. 그렇지 않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적 의료보험의 실질적 보장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암이나 백혈병 같은 중대질환은 민간보험 영역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다.

식코(Sicko), 미국 속어로 환자라는 말이다. 돈 없는 식코들에게 미국은 지옥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돈 많은 1%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에게는 피눈물이 쏟아질 재앙이 되리라는 게 개인적 판단이다. 배가 부를 곳은 미국처럼 보험사와 병원이 될 터이다. '식코의 눈물', 태평양 건너 미국 사람들만의 고통이 결코 아니다.


'시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대통령이 그립다  (0) 2008.04.21
노무현대통령이 그립다  (0) 2008.04.21
'식코(Sicko)'의 눈물  (0) 2008.04.14
민주노동당 공부하기  (0) 2008.04.14
민주노동당 공부하기  (0) 2008.04.14

댓글()

'식코(Sicko)'의 눈물

시사이야기|2008. 4. 14. 07:26
돈없는 환자에게 미국은 지옥 건강보험 문제 남의 일 아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의사들이 실직하고 있어요. 의술을 펼칠 기회도 없습니다." 스크린이 열리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설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나 의술을 펼칠 기회를 잃은 것은 의사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환자들이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해 건강과 생명을 지킬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실직한 사람도 그들이 아니다. 막대한 병원비를 대느라 파산한 환자들이다. 총선 기간 국내 개봉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 이야기다.

릭은 나무를 자르다 전기톱에 중지와 약지가 잘렸다. 병원에서는 접합하는데 중지 6만 달러, 약지 1만2000달러라는 견적을 내놨다. 돈이 없는 릭은 '상대적으로 값싼' 약지를 선택하고, 중지는 포기했다. '백수' 애덤은 집에서 찢어진 무릎 상처를 직접 꿰맨다. 10바늘이 넘는다. 바느질 솜씨가 많이 해본 듯 능숙하다. 미국 인구 3억 명 중 5000만 명이 의료보험이 없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보험사들은 수천 가지 병명과 이유를 들어 시쳇말로 '돈이 안되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보험가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험에 든 나머지 사람은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보험회사는 환자 치료거부 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보너스와 승진을 베푼다. 청부업자는 보험 계약서의 허점과 피보험자의 과거 병력을 들춰내 보험금 지급 기대에 부푼 환자의 목줄을 저승사자처럼 죈다.

교통사고를 당한 로라는 앰뷸런스 비용을 직접 물어야 했다. 사전에 보험회사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거다. 로라는 분노에 차서 묻는다. "내가 언제 물어봐야 하나요. 정신을 잃고 앰뷸런스에 실려가기 전에, 아니면 실려가면서?" 22살의 아드리안은 경부암 치료를 거부당했다. 보험사의 이유는 이렇다. "22살은 경부암에 걸리기에는 너무 젊다!"

세계 의료보건순위 37위, 한 해 1만8000명이 보험이 없어 사망하는 나라, 영국 캐나다 프랑스보다 평균수명이 짧고 쿠바보다 영아사망률이 높다는 나라, 미국의 지옥 같은 보건의료제도를 이야기하려고 영화 내용을 길게 소개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일이 우리나라에도 닥칠 것 같은 염려에서다. 이명박 정부의 수상한 움직임 때문이다. 더구나 총선을 통해 국회까지 장악했으니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로 시끌벅적한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위한 공·사보험 정보 공유 등 세부안을 마련해 올해 관련 법 개정을 마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법제처도 시민사회가 '영리병원 도입 전단계'로 인식해 반대하는 '의료채권발행에 관한 법률'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할 주요법안으로 보고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침묵하고 있는데 외곽 부처들이 나서는 형국이다. '교묘하게 외곽을 때리는' 것 같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대선 앞뒤로 이명박 후보 또는 당선자가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거나 "보건의료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폐지하겠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얼까. 아프면 집앞 개인병원이건, 길 건너편의 종합병원이건, 먼 곳의 대학병원이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제도 덕이다. 그런데 당연지정제가 '임의지정제'로 바뀌면 병원들은 '쥐꼬리만한 보험료'를 내고 부자들하고 똑같은 의료혜택을 누리는 가난한 환자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부자들은 건강보험에서 대거 민영의료보험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건강보험은 재정악화로 의료보장 범위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계획대로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환자들의 질병통계자료까지 민영보험회사에 넘겨주면 그들은 미국처럼 환자들의 치료비 지불을 거부할 칼자루를 쥐게 된다.

극단적인 시나리오 같은가. 그렇지 않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적 의료보험의 실질적 보장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암이나 백혈병 같은 중대질환은 민간보험 영역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다.

식코(Sicko), 미국 속어로 환자라는 말이다. 돈 없는 식코들에게 미국은 지옥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돈 많은 1%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에게는 피눈물이 쏟아질 재앙이 되리라는 게 개인적 판단이다. 배가 부를 곳은 미국처럼 보험사와 병원이 될 터이다. '식코의 눈물', 태평양 건너 미국 사람들만의 고통이 결코 아니다.


'시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대통령이 그립다  (0) 2008.04.21
'식코(Sicko)'의 눈물  (0) 2008.04.14
민주노동당 공부하기  (0) 2008.04.14
민주노동당 공부하기  (0) 2008.04.14
한나라당 공부하기  (0) 2008.04.14

댓글()

의료보험에 얽힌 당신이 알아야 할 충격적인 진실 - 식코(Sicko)

유용한정보|2008. 3. 28. 07: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코’가 온다!” 영화개봉에 이명박 정부 ‘초긴장’
 
     [화제] 정부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추진에 비난 거세

‘애덤’은 토목절단 작업 중 중지 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의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이후 그는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기 위해 다급히 병원을 찾지만 이를 위해 가운뎃손가락은 6만 달러, 넷째 손가락은 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말을 병원 측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약 7000여만 원에 이르는 거액. 평소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해오던 애덤은 결국 가운뎃손가락을 포기한다. - 영화 ‘식코’의 한 부분 -


해당 영화는 ‘볼링포콜럼바인’,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허점을 파헤쳐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미국이 국가의료보험체제를 버리고 민영의료보험으로 바뀐 이후 자국민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 산업화를 골자로 한 이명박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이 미국 할리우드발 영화 ‘식코’(Sicko, 병자나 환자를 뜻하는 미국의 속어) 개봉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각 사회계의 철퇴를 맞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식코’보기 캠페인까지 전개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경우 현재 모든 병원이 이 제도에 따라 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돼 있어 건강보험 가입자는 모든 병원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제도가 병원의 선택권을 빼앗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

“우리도 곧 손가락을 골라야 하는 날이 올지 몰라”

이 제도가 폐지되면 건강보험증을 지참한다 해도 진료를 못 받거나 또는 현재 의료비 수준에 비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진료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통합민주당은 지난 20일 ‘복지야 어디있니?’ 제하의 매니페스토 자료집을 발간한 뒤 이명박 정부를 겨냥 “암, 중증질환 치료비 80%까지 보장성 확대, 만 5세 이하 아동 의료비 전액 무료, 약값 20% 인하, 의료안전망기금 설치 공약을 내세웠던 현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라는 무모한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 ‘식코’의 내용을 빗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로 인해 우리도 곧 손가락을 골라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주한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로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입장이 새나온 직후 논평을 통해 “의료 양극화를 일으키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건강보험의 근간을 훼손하는 당연지정제 완화 정책은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연대, 공공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식코’ 시사회를 연 것은 물론 ‘식코보기 공동캠페인’ 연대를 꾸린 뒤 새 정부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은 “의료산업화 추진을 위해 노무현정부가 개악하려했던 의료법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파장이 우려된다”며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민영의보 활성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는 보건의료제도 붕괴에 핵폭탄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지금 건강보험 제도는 누구나 최소한의 기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산소호흡기”라며 “이명박 정부는 온 국민을 유지하는 산소 호흡기를 민영의보 활성화 등을 구실로 강제로 떼어내려 한다”고 맹 비난했다.

참여연대 역시 24일 오는 총선을 앞두고 ‘꼭 해야 할 8가지, 절대 해선 안 될 4가지 복지정책’을 각 정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전달, 이 중 해서는 안 될 4가지 복지정책에 △영리법인화 및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넣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민간보험을 활성화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면서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서민층과 민간보험을 이용하는 부유층으로 이원화돼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논의를 도마 위에 올려 “모든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의 접근성을 제한할 뿐 아니라 의료의용의 양극화와 계층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 건강권에 대한 새 정부의 빈곤한 의식”

민주당을 비롯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정치권도 이와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어 불협화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천영세 민노당 대표는 23일 한양대학교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은 의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확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막고 국민 건강의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혜 창조한국당 부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국민건강권에 대한 새정부의 빈곤한 의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서민들은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내도 정작 아플 때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부대변인은 “국민건강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국민의 건강조차 경제논리로 이해하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철회돼야 한다”며 “보건의료영역은 공공성을 확보해야할 영역이지 국민의 생명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한 뒤 영화 ‘식코’의 단체관람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예고편보기]






댓글()

의료보험에 얽힌 당신이 알아야 할 충격적인 진실 - 식코(Sicko)

유용한정보|2008. 3. 28. 07: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코’가 온다!” 영화개봉에 이명박 정부 ‘초긴장’
 
     [화제] 정부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추진에 비난 거세

‘애덤’은 토목절단 작업 중 중지 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의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이후 그는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기 위해 다급히 병원을 찾지만 이를 위해 가운뎃손가락은 6만 달러, 넷째 손가락은 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말을 병원 측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약 7000여만 원에 이르는 거액. 평소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해오던 애덤은 결국 가운뎃손가락을 포기한다. - 영화 ‘식코’의 한 부분 -


해당 영화는 ‘볼링포콜럼바인’,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허점을 파헤쳐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미국이 국가의료보험체제를 버리고 민영의료보험으로 바뀐 이후 자국민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 산업화를 골자로 한 이명박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이 미국 할리우드발 영화 ‘식코’(Sicko, 병자나 환자를 뜻하는 미국의 속어) 개봉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각 사회계의 철퇴를 맞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식코’보기 캠페인까지 전개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경우 현재 모든 병원이 이 제도에 따라 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돼 있어 건강보험 가입자는 모든 병원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제도가 병원의 선택권을 빼앗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

“우리도 곧 손가락을 골라야 하는 날이 올지 몰라”

이 제도가 폐지되면 건강보험증을 지참한다 해도 진료를 못 받거나 또는 현재 의료비 수준에 비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진료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통합민주당은 지난 20일 ‘복지야 어디있니?’ 제하의 매니페스토 자료집을 발간한 뒤 이명박 정부를 겨냥 “암, 중증질환 치료비 80%까지 보장성 확대, 만 5세 이하 아동 의료비 전액 무료, 약값 20% 인하, 의료안전망기금 설치 공약을 내세웠던 현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라는 무모한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 ‘식코’의 내용을 빗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로 인해 우리도 곧 손가락을 골라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주한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로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입장이 새나온 직후 논평을 통해 “의료 양극화를 일으키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건강보험의 근간을 훼손하는 당연지정제 완화 정책은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연대, 공공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식코’ 시사회를 연 것은 물론 ‘식코보기 공동캠페인’ 연대를 꾸린 뒤 새 정부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은 “의료산업화 추진을 위해 노무현정부가 개악하려했던 의료법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파장이 우려된다”며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민영의보 활성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는 보건의료제도 붕괴에 핵폭탄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지금 건강보험 제도는 누구나 최소한의 기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산소호흡기”라며 “이명박 정부는 온 국민을 유지하는 산소 호흡기를 민영의보 활성화 등을 구실로 강제로 떼어내려 한다”고 맹 비난했다.

참여연대 역시 24일 오는 총선을 앞두고 ‘꼭 해야 할 8가지, 절대 해선 안 될 4가지 복지정책’을 각 정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전달, 이 중 해서는 안 될 4가지 복지정책에 △영리법인화 및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넣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민간보험을 활성화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면서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서민층과 민간보험을 이용하는 부유층으로 이원화돼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논의를 도마 위에 올려 “모든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의 접근성을 제한할 뿐 아니라 의료의용의 양극화와 계층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 건강권에 대한 새 정부의 빈곤한 의식”

민주당을 비롯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정치권도 이와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어 불협화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천영세 민노당 대표는 23일 한양대학교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은 의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확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막고 국민 건강의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혜 창조한국당 부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국민건강권에 대한 새정부의 빈곤한 의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서민들은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내도 정작 아플 때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부대변인은 “국민건강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국민의 건강조차 경제논리로 이해하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철회돼야 한다”며 “보건의료영역은 공공성을 확보해야할 영역이지 국민의 생명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한 뒤 영화 ‘식코’의 단체관람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예고편보기]






댓글()